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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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8. 5.22)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하는데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그런데 이 세미나에 참가한 각국 기자들의 토론 태도에 대한 분석이 관심을 끈다. 중국 기자들은 이념적이고, 일본 기자들은 실용적이었는데 한국 기자들은 격정이었다고 한다. 물론 문제도 문제였으니까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하나 한·중·일 3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에 비춰 볼 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후세들은 평생 5~6개의 직업을 갖게 되리라 한다. 그래서 각국은 기초교육, 특히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트래킹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창의력이 핵심이지만 단순히 새로운 생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교육
으로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쪽으로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특히 정부가 적극적이다.
국토는 넓고 경제력과 교육 격차가 매우 큰 현실에서 교육 스타트업들의 활동을 두드러지게 하는 건 당연하다. 텐센트 등 대기업도 교육 혁신에 직접 뛰어들어 "공교육 중심의 딱딱한 수업을 벗어난 교육과정으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포부를 현실화시키는 데 주저 없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교육 혁신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중국의 행보에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교육 혁신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만든 상에 아시안들이 지원하는 시대는 갔다. 이제 우리가 직접 기준을 만들고 거꾸로 진출하는 아시아형 교육 혁신 모델로 만들 것"이라는 클라이브리 이단상재단 최고 경영자의 말에 압축돼 있다.
일본은 어떤가. ‘가르치지 않는 수업’,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는 체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쓰타야 서점의 ‘자유롭게 노는 공간’ 조성, 소니 등 주요 기업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들이 직접 수업을 이끄는 ‘티 키즈(T-kids) 셰어스쿨’ 도시 출신 학생들이 시골로 유학가는 ‘섬·산촌 유학’ 등등이 대표적 사례다.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할 뿐 틀을 깰 줄 모르는 일본의 젊은 세대가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창의력이 꼭 필요한데 이 능력까지 부모의 경제력으로 격차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스타트업 투자 육성 기업 미슬토의 철학은 현장에서 강력한 뼈대가 되고 있다.
지역 내 격차뿐 아니라 지역 간 격차 해소도 교육 혁신의 중요 과제로 선택해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초등학생에게 창업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세계적인 추세와는 달리 수학 시간을 줄이고 (현재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수학 교육 시간이 가장 적다) 트래킹은 강화하는 추세다.
교육부에서는 "수학은 똑똑한 애들만 배우면 된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1%의 영재가 99%를 먹여 살린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이 말을 한 사람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었다.
노키아가 무너질 때 사람들은 핀란드가 끝났다고 했지만 핀란드는 영재 코스를 따로 만들지 않고 앞서가는 아이가 뒤처지는 아이를 도와주게 한 덕택에 핀란드 아이들이 모두 수학을 잘했고, 노키아에서 나온 이들이 중소기업을 창업해 예전 못지않은 경제적 성공을 거둔 밑거름이 됐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말이다.
지금 동북아의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세상의 관심은 비핵화로 압축돼 보인다. 그것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교육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각국의 변화에 눈감고 우리 교육의 전래적 문제점에 기대거나 교육 혁신의 방향을 잘못 잡는다는 건 미래의 재앙이 예고되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일 동북아 3국의 기자들이 교육 혁신에 대해 세미나를 가졌다면 중국 기자는 ‘세계화’ 성향을, 일본 기자는 ‘지역화’에 무게를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기자는 ‘진로’라는 이름의 교육 폭력에 대해 격정적 토로를 했을 것이다.
2018년 05월 22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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