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중국을 모르고 구애한 잘못은 없을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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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7. 9. 5)
중국을 모르고 구애한 잘못은 없을까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사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와 생각은 몹시 혼란스럽다. 과연 중국은 한국에 무엇이고 한국은 중국에 어떤 나라인가?
흔히 한국은 중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나침반이며, 중국과 높은 보완적 관계에 있으므로 중국은 관습적 복속의식을 버리고 한국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국에서 박 대통령의 인기가 높다거나, 최상급 국빈 대우를 받았다거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가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천안문 망루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전승기념 열병식을 참관할 때 한·중 관계가 최상이었는데 중국이 일방적으로 이를 훼손했다는 등의 지적도 한다. 피상적으로 보면 틀림없이 맞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과 어떤 관계였는지 차분히 되돌아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를 위해 공들였다는 투의 인식부터가 크게 잘못된 것이었다.
필자는 이마 3년 전에 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중국의 핵심 권력은 외부에 드러난 것보다 은밀히 소통하는 쪽이 훨씬 강하고 결정적 힘을 갖고 있다. ‘강 속의 돌멩이를 더듬으며 물을 건넌다(摸著石頭過河)’라는 말은 민간 속담이지만 흔히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대한 비유로서 더 많이 쓰였다.
그런데 더더욱 유명해진 것은 중국의 핵심 권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작동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압축해 설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서부터였다. 깊이나 물속 상황을 알 수 없는 강을 처음으로 건너는 사람은 자신의 발로 직접 강물 속을 더듬으며 조심스럽게 강을 건너야 한다. 우리가 언제 중국의 핵심 권력과 중국식 소통의 길을 열었던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우리의 생존과 통일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들을 멀리하면 기회를 잃게 될 것이고 지나치게 밀착한다면 복속될 우려가 있다는 건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걸 잊고 있다. 중국식 국익 계산 방식이다.
시진핑 주석은 세계가 뭐라 하든 정치적·외교적 갈등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경제 보복 조치로 연결해 왔다. 전통적으로 중국이 그들의 영토·인문, 그리고 주권을 지켜나가는 데 있어 철저히 중국식으로 대응하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 방식이 힘의 논리와 자기중심적 이익 계산 방법의 중심축이란 점이다.
다시 정리해보자. 우리가 중국의 핵심 권력과 은밀히 소통하는 중국식 소통의 길을 열지 못한 한계를 모르고, 중국은 정치·외교적 갈등을 경제 보복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사드 배치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무신경, 무대책을 마치 안보주권이라도 행사한 듯이 떠들어댄 것이 잘한 일인가.
물론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일방주의는 큰 잘못이다. 중국이 세계 리더 국가로서 포용력과 품격을 갖추고 중국 방식을 국제적 기준에 맞춰 나가며 동북아시아의 주변국들과 우호적 관계를 중시하기 바라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한·중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두 나라가 보완적 생존관계를 보다 충실히 할 때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는 시진핑 주석의 희망과 보다 빨리 확실하게 이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는 이미 일정 거리 이상 좁힐 수 없는 태생적·가치적 한계 속에 갇혀 버렸다. 사드를 배치해서 생겼다기보다 적어도 중국이 한국을 바라볼 때 뒤에 있는 미국을 먼저 보고 나서 보며,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가 중국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은 적어도 중국이 ‘배신당했다’고 격노할 정도의 수순으로 사드 배치 문제를 처리했다. 그러고 나서 보복이라는 형태가 가시화되자 한국인의 기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고 앙앙불락이다. 마침 변심한 애인에게 하듯이 말이다.
냉정하게 보자. 중국은 한반도에서 두 개의 한국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중적 태도를 줄곧 유지해왔다. 이런 중국에 대해 연애라도 하듯 매달린 건 우리의 지도층이었다. 결국은 우리의 잘못된 계산이 지금의 대가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중국을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실리적 사고방식으로 가치의 거리와 서로의 시선 거리를 좁혀 공생공영하기 위해 우리의 잘못부터 고쳐야 한다.
2017년 09월 05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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