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동열(73회) [황해섬 칼럼]/섬 탐방을 할 때 지켜야 할 것(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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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7.11.23)
[황해섬 칼럼] 섬 탐방을 할 때 지켜야 할 것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섬순례센터장
"앞으로의 세상에서 사람들이 가장 갈구하게 되는 것은 잘 보존된 자연일 것이다." 히말라야 카라반 중에 만난 일본 산악인이 나에게 던진 말이다.
세계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에서도 도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점차 자본의 위력에 무릎 꿇고 삭막한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오늘날 천혜의 자연 속에 살아가던 오지의 주민들도 원래 본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다. 살아 있는 자연을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다투어 찾아갈 것이다. 우리가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자연과 지역민들은 본래 모습을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 섬들도 이미 많이 자본에 의한 무차별 개발로 본래 모습을 잃고 있다. 천혜의 자연과 고유의 섬 문화가 무참하게 사라져 간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섬을 대하고 접근해야 섬의 상태가 유지되면서 당당하게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황해섬네트워크의 섬순례 프로그램 '섬섬도시'는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하여 매달 한 번씩 섬순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섬의 자연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지역민과 도시인 사이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황해섬네트워크는 인천 섬이 갖고 있는 인문, 역사, 자연 해양생태 등에 주목하면서 탐방을 해오고 있다. 제비우물이 있는 장봉도를 비롯하여 삼보(三寶) 삼비(三碑)의 고장 덕적도, 해양어로 생태를 엿볼 수 있는 볼음도 등을 다녀왔다.
섬순례센터에서는 섬을 탐방하면서 '섬 수칙' 등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공정 여행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섬순례 프로그램은 각 섬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한 섬 탐방 프로그램으로 점점 진화한다.
'섬섬도시'가 지향하고 있는 몇 가지 중요 수칙을 보자.
첫째, 지역민과 도시인들이 상생할 수 있는 탐방이다. 섬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순례길을 활용한다. 즉 지역에서 만들어진 음식물과 섬주민들이 운영하는 숙박업소, 식당,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다. 그리고 섬주민들의 인권, 관습, 풍속을 존중하고 지역민들의 수고에 대한 적절한 임금 또는 요금을 지불한다. 또한 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단체를 위하여 기부 또는 지원을 한다.
둘째, 환경을 보호하는 탐방이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배의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짐을 가볍게 꾸린다. 일회용품을 자제하고 개인수통, 수건 등을 이용하며 섬 지역 특성상 물이 부족한 이유로 물을 낭비하지 않고 화학세제 사용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자기가 먹던 음식물을 남기지 않으며, 자기의 행동이 자연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늘 생각하고 개선 방법 등을 제안한다.
셋째, 섬지역 문화를 존중하는 지속가능한 탐방이다. 식사를 할 때에는 섬 지역의 전통음식을 먹어보고,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지역의 사투리, 풍습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의 이슈에 동참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이러한 중요한 몇 가지 이외에 지속가능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는 몇 가지 원칙을 고수하며 '섬섬도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궁극적으로 섬 고유의 자연이 보존되고 섬 고유의 문화가 다시 살아나 섬 주민과 도시민이 상생할 수 있는 그날까지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사족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섬 야영 문화인 백패킹이 섬의 자연생태를 위협하고 파괴시키고 있다. 섬을 찾아가서 야생의 경험을 하고자 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책임 있는 행동과 뒷정리가 중요하다. 가져간 생활 쓰레기는 물론이고 오물 등을 함부로 버려서 섬의 자연생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황해섬네트워크에서는 '섬 백패킹 매뉴얼'에 대하여 시급하게 검토하고, 섬 여행자들에게 이를 적극 홍보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활동할 예정이다.
2017년 11월 23일 00:05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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