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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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7.12.20)
일회생, 이회숙, 삼회노붕우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의 첫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성과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미 문 대통령은 출발하기 전에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면 단숨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시간을 두면서 해결해나가는 그런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사드 문제와는 다른 별개로 양국 간의 경제·문화 또는 정치·안보·인적 교류·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간을 두고 해결해나가는 지혜’는 일찍이 중국 개혁·개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덩샤오핑이 40년 전에 국가 간의 첨예한 대립을 지양하는 국제 리더십의 전형으로 제시한 바 있다. 1978년 10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그는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의 영토 분쟁에 대해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내버려 두는 것이 비교적 현명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더 내버려 둬도 괜찮고 ‘10년’이 지나 처리해도 무방하다. 우리 세대 사람들이 지혜가 부족해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으나 좀 더 ‘현명한 우리 후세들’은 반드시 양쪽이 모두 받아들이는 해결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40년이 걸렸으나 아직 ‘현명한 후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인이나 사회는 물론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작지 않은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큰 일이 터질 듯한 골치 아픈 문제가 한두 가지 반드시 있다. 더구나 오랜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보면 한·중·일 세 나라 간에 갈등을 빚고 급박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넘어간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80년 전의 ‘난징학살’ 같은 경우도 그중 하나일 것이고, 아직도 일본 군국주의 망령이 버젓이 횡행하는 것을 수없이 목격하면서 가슴을 치는 분들이 많다. 당장 전쟁이라도 해서 속 시원히 풀자고 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그리 환영받을 것이 못 된다. 오히려 미래를 위해 신뢰 관계를 회복하면서 사과·변상할 건 하고, 용서·배려할 건 하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는 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문 대통령이 귀국 직전에 충칭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둘러보고, 천민얼 충칭시 서기(그는 시진핑 이후의 유력한 정치지도자로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와 오찬 회동, 이어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찾은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충칭의 임시정부는 항일독립투쟁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한중이 협력해 역사의 방향을 바꾸고자 했던 기념비다.
천민얼 서기는 중국의 미래 권력이고 차세대 한국의 지도자와 북핵 문제를 비롯해 양국 간의 우호·협력을 이끌어 갈 대표적 인물이다. 현대자동차 제5공장은 한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단순한 자동차공장이 아닌 것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결산은 후하게 평가해도 좋다. 아니 그것이 바로 미래를 향한 채점표야 한다. 중국의 옛말에 ‘일회생(一回生 : 첫 만남은 생경)하지만, 이회숙(二回熟 : 두 번째 만나면 친숙)해지고, 삼회노붕우(三回老朋友 : 세 번 만나게 되면 오랜 친구가 된다)라고 했다.
물론 단순한 1회, 2회가 아니다. 만날수록 서로 신뢰가 쌓이고 우정이 깊어져 오랜 친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진정성 있는 인간의 관계란 바로 그런 것 아닌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걸핏하면 공포의 언사를 퍼붓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마치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듯한 태도다. 유엔에서 아무리 북한 제재의 목소리가 커져도 그건 명분상에 있지 실질 효과는 별로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날 한반도 위기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까닭이다. 결국 북한의 김정은을 얼마큼 달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구한말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게 되었을 때 우리 외교사절이 당시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도와 달라고 했더니 ‘자신들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자들을 도울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투의 타박을 들어야 했었다. 말이 안 되는 핵 무장을 운운하면서 아직도 사대주의 조성과 무책임한 주장에 빠져 있는 이 나라 정치인이 한둘인가. 문 대통령의 방중 성과를 따지기 앞서 보다 긴밀이 만남이 더 많아지길…….
2017년 12월 20일 수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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