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소통과 공감]/마디가 있는 삶(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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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7.12.22)
[소통과 공감] 마디가 있는 삶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 소장
말 많고, 탈 많고, 분열과 갈등으로 힘들다는 2017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세월이 너무 빠르다고 한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기억이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억할 게 많으면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기억할 게 적으면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어떤 일은 끊임없이 계속하기보다는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멈추었다가 다시 해야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상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공부에도 쉬는 시간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은 목표 없이, 할 일 없이, 어쩔 수 없이 처리해야 하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만 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은 거듭할수록 피로가 쌓이고 집중력이 떨어지고 흥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잠시 쉬면서 피로를 풀어주고 평소에 반복되는 일보다 다른 일들을 만들고, 시도하고, 도전해보라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기 위하여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정신 없이 앞만 바라보면서 쉼 없이 달려가는 것 같다.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남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을 위한 배려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인생과 삶에는 휴식과 멈춤과 쉼의 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세월에도 마디가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이 있고, 마치는 저녁이 있는 하루의 마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의 마디, 매달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의 마디,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마디, 그리고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의 마디가 있다. 매일 똑같은 해가 뜨고 지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마디를 정해놓고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계속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기간을 나눠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피드백'하면서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성장하려면 매년 한 개씩 나이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제 우리의 인생도 또 하나의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어가는 시기다. 나무의 나이테는 추운 방향은 촘촘히 있고, 더운 방향은 넓게 있듯이 우리 인생과 삶의 나이테는 힘들고 어려운 역경 속에서는 촘촘히 그려질 것이다. 너무 힘들게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돌아보고, 가끔은 멈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래 가고, 멀리 가도 힘들지 않다. 속이 빈 대나무가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고, 수십m를 자랄 수 있는 것은 맞서지 않고, 휘어지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빨리 달리다기도 가끔씩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 온 길을 뒤돌아본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앞만 보고 너무 빨리 달려오느라 자신의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 하는 염려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너무 빨리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잃어버리고,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남을 탓하면서 나만을 위하여 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내 삶에도 마디를 만들고, 쉼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마디가 없는 삶, 쉼이 없는 삶은 쉽게 부러지고 힘들어진다.
휴식(休息)이라는 한자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대어 스스로(自) 마음(心)을 돌이켜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제 또 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하나의 마디 점에서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서 과연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해 보자.
2017년 12월 22일 00:05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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