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월요프리즘]/2017년 5월 9일 대선의 대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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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7. 3.27)
2017년 5월 9일 대선의 대의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 5월 조기대선이 현실로 다가왔다. 급하게 치러지는 대선이다. 국민들의 마음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차분하게 이번 대선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5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대의’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 보수 후보가 없다면서 보수진영 후보를 찾자고 한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후보를 진보후보로 나누며, 정권을 좌우파로 나눈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진영싸움 계략으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판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싸움이 아니다. 그 주장도 옳지 않다. 이는 과거 빨갱이, 종북 딱지를 다시 붙여 이득을 얻으려는 전략에 다름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로당을 가입해 김창룡에 의해 체포됐을 당시 써먹던 논리였다. 빨갱이 타령이었다. 이때부터 국가권력을 휘두르던 사람들은 이 논리를 이용했다.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빨갱이, 종북, 좌파로 몰았다. 심지어 어느 칼럼니스트는 ‘빨갱이보다는 도둑놈이 그래도 낫다’는 식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빨갱이 정권보다 도둑놈 정권이 낫다는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논리이다.
이번 탄핵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가치의 수호 의지였다. 헌법적 가치의 수호를 위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의지였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은 헌법적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대선이 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 나서는 후보는 헌법적 가치의 수호의지가 있는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의 청렴지수가 34개국 중 27위이다. 실제로 한국은 부패공화국이며, 탄핵 과정에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번 대선은 일면 부패와 반부패의 싸움이기도 하다. 자칭 보수(保守-자칭우파)세력들은 이를 외면하고, 빨갱이 논리로 이번 대선 판을 뒤집어 보려고 한다. 우리는 빨갱이 공화국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동시에 부패공화국으로 가는 길도 막아야 한다. 부패한 여권 후보(지금은 대통령이 탄핵돼 여권후보도 없지만)도 안 된다. 그렇다고 빨갱이 후보도 안 된다.
이제는 대선 판을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으로 보고, 상식에 맞는 후보를 골라내야 한다. 기존의 야권 후보는 이번 대선을 ‘적폐청산’에 두고 있다. 이를 두고 대연정(자유한국당 포함)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논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진보세력, 온건 합리 보수 세력을 빨갱이 또는 좌파로 몰아대는 논리는 멈춰야 한다. 보수 세력 중에는 건전한 보수 세력도 많다. 건전 보수세력이 모두 과거의 여권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과거의 여권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찬탁과 반탁을 사이에 두고 이념투쟁을 했다. 찬탁세력을 빨갱이로 몰았었다. 이념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념논쟁으로 인해 무수히 많은 억울한 국민들이 생명을 잃었다. 기막힌 일이다. 국군과 미군에 의해 저질러졌던 양민학살 사건을 상기해보라. 빨갱이들도 무고한 시민들을 무참히 죽였지만, 국군들도 무참히 무고한 백성들을 죽였다. 이제 이와 같은 의미의 이념투쟁은 우리 사회에서 발본색원돼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체제이고, 국민주권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 체제를 유지 수호해야 한다. 보수가 아니면 빨갱이(진보 또는 좌파)라는 진영논리는 이제 끝내야 한다. 진보가 빨갱이라는 비상식도 이제 끝내야 한다.
대선후보들 중 일부가 내세운 ‘적폐청산’ 개념에는 많은 국정 과제들이 놓여 있다. 부패 일소 문제를 포함에서 87년 헌법 체제의 정비, 검찰개혁, 경제 위기의 상황 극복, 사드 문제의 대응, 북핵 대응방법, 한일외교 갈등 등이 그것들이다. 어느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의 과제를 외면하고, 진영논리만을 주장하며 선거유불리만 생각하는 자칭 우파후보들에 대하여는 이번 대선에서 철퇴를 가해야 한다. 나라를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백성들을 살리면서 대한민국의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후보(진보든 합리적 보수든 상관없다)가 우리에겐 필요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론도 중요하다.
정치인은 정치인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봉사자이다. 이것이 이 시대의 대의다. 정치는 ‘시대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 ‘소아’를 버리고 ‘시대의 대의’를 위해, 정치인 자신의 헌신이 필요하다. 청나라 강희제는 죽기 5년 전인 1717년 ‘고별상유(上諭)’ 즉 유언을 남겼는데, 그가 61년의 치세를 회고하면서 남긴 유언은 너무나도 짧은 글이지만 감동적이다. 백성들을 위해 간을 드러내고, 쓸개를 끄집어내며 오장을 보여주는 ‘적폐청산’의 시대적 대의를 실천하려는 의지의 지도자. 우리는 그를 찾아 내야 한다.
2017년 03월 27일 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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