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두용(81회) [인천터치]/국토경관과 지역경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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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7. 3.29)
[인천터치] 국토경관과 지역경관
/정두용 인천시 경관디자인팀장
유럽에서는 2004년 3월1일부터 38개 국이 참여해 채택한 유럽경관협약(European Landscape Convention)을 제정·운영하고 있다.
유럽연합 공통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경관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를 수용하며, 유럽전반에 걸친 경제활동의 지원과 환경이 균형적으로 어우러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제정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경관에 대한 원칙과 국가적인 책임과 국가 간 상호협력 방안 등이 담겨져 있다.
전문과 총 4장 18조 본문으로 구성돼 있는 유럽경관협약은 경제적·사회적 영역에서 유럽연합 공동의 역사를 보전하고 인식하는 원칙을 세우고자 했다. 이는 경관을 개인과 사회적 가치의 주요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보호하고 관리, 계획하는 것이 유럽인들의 의무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협약에 따르면 경관이란 자연과 인간요소들의 상호관계와 행위의 결과를 보여주는 산물이며 경관정책은 기관에 의해 실현되는 경관보호, 관리, 계획을 목적으로 하는 가이드라인, 즉 전략으로 정의한다. 여기에서 경관 고유의 특성화 형태를 보호하고 유지시키는 행위를 경관보호라 하고 사회, 경제, 환경적 상황에 맞게 경관을 보호하고 변화시키는 행위를 경관관리라 하며, 경관계획은 경관을 향상, 복원, 창조하는 강력한 진보적인 행위를 말한다.
이 유럽경관협약에는 시민사회, 민간조직, 공공조직 등이 인지하는 경관가치와 그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회원국 상호간 경관보호, 관리, 계획에 필요한 수단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경관문제에 대한 정보공유, 전문가교류, 국가경계부분에 대한 상호 협력 프로그램 운영, 유럽경관상 제정 등 경관향상과 관리를 위한 상호협력과 지원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2014년 1월 제정된 북아일랜드 경관헌장에서는 북아일랜드의 경관을 보전하고, 후대까지 북아일랜드의 경관을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국가와 사회의 책무에 대해 10가지 강령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 경관은 장소성의 핵심요소이자 재산이며, 국민의 건강과 웰빙 그리고 삶의 질에 기여한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정체성이며, 역사와 문화의 다양성을 대변해주며, 지속적인 언어와 소리, 이미지들에게 영감을 준다. 또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재를 보여주며, 지속적인 관광자원으로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경관은 개인과 사업체들을 끌어들이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상품수출에 영향을 주고 경관 관리 자체가 타국가에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부적인 경관헌장을 정한 아일랜드의 경우 기술발달에 의해 경관이 점진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경관을 형성하거나 이전의 경관을 보존하는 양면의 가치에 대한 인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사회가 장소를 관리하는 역할과 장소의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유럽국가의 경관협약이나 경관헌장제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경관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금보다 조금 더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인천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식민지 시대를 겪으며 토지형질이 변경되고 수많은 경관자원이 소실됐다. 근대화과정에서는 서구의 도시계획을 수용함으로써 자연친화적인 해양도시라는 독특한 경관을 잃어버렸다.
특히 지금에 와서는 조금이라도 낡은감이 있는 건축물은 헐리고, 차량통행에 불편한 좁은 골목길은 없어지고 개발이익, 조성원가 등 경제성을 앞세워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콘크리트 건물들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렇게 시장논리로만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분양도 안되는 고층아파트 때문에 골목과 골목 사이로 보이는 공원도, 석양이 내리쬐는 바다도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던 비밀공간도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이 농어촌경관과 문화를 잘 담아낸 옹진군 문갑도와 강화군 선두4, 5리 마을경관이다.
국제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은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이 들어서고 있는 송도 또한 훌륭한 경관이다. 강화·옹진이나 송도국제도시는 서로 상반된 경관으로 인식되지만 각각의 자연적 요소와 사회적·문화적 요소가 녹아 있는 아름다운 경관인 것이다.
한정된 땅에서 개발과 보전은 분명 제로섬게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관의 의미를 물리적인 자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회적·문화적 영역까지 확대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한다면 궁극적으로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고 바람직한 경관의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7년 03월 29일 00:05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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