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이제 ‘남탓’은 그만 끝내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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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7. 5. 2)
이제 ‘남탓’은 그만 끝내자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동북아시아 국제정치는 정글의 법칙이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상대국을 원망하고 비난하는 것은 쓸모 없는 분풀이에 불과하다. 그런 현상 가운데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고, 우리 정부의 미세먼지 ‘중국 탓’이 있고, 일본의 웃음이 있다.
미세먼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며칠 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모 후보는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책임을 거론하며 상대 후보에게 국가 안보 시각에서 중국에 따져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를 마시느니 차라리 방사능을 쐬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제기되는 판이니 대선 후보로서 당연한 발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실일까? 한마디로 그렇지 않다. ‘중국 탓’을 하기 전에 알아 둘 일이 있다. 미세먼지의 공습에 시달리는 일이 마치 천재지변이나 되는 것처럼 체념 비슷하게 받아들이거나,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같은 대안 외에 없다는 자조와 낭패감을 일단 미뤄두자는 말이다.
우선 왜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따져보자.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배출량과 기상 조건이다. 이 가운데 기상 조건인 바람의 방향과 세기, 기압 등은 우리의 능력 밖 문제이므로 제외해야 하고 배출량은 우리 스스로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는 문제다.
즉 미세먼지를 내뿜는 배출원을 하루빨리 틀어막는 것이 시급하다. 배출원 가운데 중국의 공장과 발전소는 2차적인 것이고 우선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만큼 틀어막을 수 있는 일일지가 1차적인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른다. 또 배출원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미흡하다.
지금 우리 국민은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처럼 "한국 정부가 오염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 돌려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데 ‘아니다’고 할 수 있을까. 환경부의 발표부터가 그렇다. 한 달여 전에 환경부는 미세먼지 발생의 국외 요인이 86%라고 발표해서 국민의 비난이 중국 쪽에 쏠리게 했다. 팩트는 이렇다. 3월 21일 하루의 분석 결과라고 스스로 실토했다. 그러고 나서 미세먼지의 발생 국내 요인이 50∼70%라고 다른 수치를 내놓았다.
주요 배출원은 석탄화력발전소라고 했다. 상당수 국민들은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도대체 미세먼지 발생 요인이 ‘중국 탓’인가 아니면 우리의 환경 정책 잘못인가. 주범인 중국을 그냥 놔두고 공범 수준도 안 되는 국내의 배출원에 대해 가혹한 것인가. 환경 문제에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우리 환경부가 믿을 만한가 등등.
우리 환경부가 ‘중국 탓’으로 돌린 3월 21일 조사가 있은 지 나흘이 지난 3월 2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는 충남 당진에서 ‘브레이크 프리(Brake Free)’ 캠페인이 열렸다. 시민들은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이제 ‘그만’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석탄화력발전소 59기를 가동하고, 6기를 짓고 있으며, 9기를 더 세울 계획으로 있다. 신규 설립 발전소의 설비 용량이 폐기 예정인 노후 발전소의 용량보다 5배나 많다. 올해 미세먼지 대책 예산이 5천억 원쯤 책정됐다고 하지만 정작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부분은 증가만 생각하지 감소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러고도 ‘중국 탓’만 할 것인가. ‘중국 탓’도 해야겠으나 국내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모르고 남의 탓만 하다가는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나 될 뿐이다. 특히 일본이 뒤에서 웃고 있다. 북핵 때문에 아베 총리의 인기가 올라간다고 하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꼭 그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이다. 졸속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관광객이 급격히 줄어들고, 줄어든 숫자 상당 부분이 일본행으로 바꾸었다.
미세먼지 ‘중국 탓’이라는 섣부른 발표로 중국을 더욱 화나게 하고 일본은 뒤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결별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타성과 관행이 굳어지면 거기서 벗어나기란 정말 어렵다. 기득권은 철벽이고, 대중은 쉽게 무력해지고 침묵한다. 결국 국민은 힘들어지고 나라는 발전하기는커녕 뒷걸음친다. ‘남 탓’은 그만하자.
2017년 05월 02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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