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거짓 뉴스, 거짓말이 우리를 위협한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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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7. 2.21)
거짓 뉴스, 거짓말이 우리를 위협한다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촛불과 탄핵 반대 맞불을 보고 있으면 과연 사실이 뭘까 하는 의문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실이 맥을 못 추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당연하다고만 해야 할 것인가. 관계자의 입을 봉(封)하려고 ‘국가 기밀 누설’, ‘국기(國紀) 문란 내지는 위반’, ‘대통령을 음해하는 기획 범죄’라는 단어가 출동해 겁을 주는 것은 물론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세무 사찰과 전화 및 이메일 도청을 서슴지 않고 청와대와 국정원, 검찰과 경찰 내의 검은 패거리들이 작당해 비판자를 공격한다는 일부터가 그렇다. 과연 그럴까?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정보를 조작하고 민의를 왜곡해 정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요즘 카카오톡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엄청나게 유포되고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가짜 뉴스를 포함한 거짓 정보의 온상이라는 경험자의 재확인이 날로 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과연 진실일까?
작년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도 이민자가 소녀를 성폭행했다는 거짓 뉴스로 메르켈 총리가 큰 곤욕을 치렀고, 유럽 통합과 이민자 수용에 앞장 선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 마크롱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비밀요원이라는 러시아 발(發) 보도로 프랑스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트럼프를 당선시킨 것은 사실 조작에 능한 러시아가 힐러리에 대한 거짓 뉴스를 퍼뜨려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대통령 탄핵에 있어 마치 고전적 모범처럼 예로 드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 탄핵의 가장 큰 이유는 워터게이트 도청 자체라기보다 닉슨이 국민 앞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데 있다는 건 전 세계가 다 아는 일이다.
거짓이야말로 응징해야 할 제1호라는 메시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 보도와 검찰 및 특검 수사에서 나온 내용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거듭된 거짓말을 번연히 하고 있는데 대해 분노하는 쪽이나 그렇지 않다고 외치는 반대쪽이나 모두 우리 사회의 위기가 거짓 뉴스에서 비롯된다는 걸 절감이나 하고 있는지도 익숙한 의문부호다.
또 그 얘기냐고 할지 모르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은 여전히 공란투성이로 나라 얼굴에 먹칠하는 쑥덕공론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니까 거짓 뉴스(?)가 판치고 있다. 밀애설, 성형수술설, 약물중독설, 푸닥거리설, 심지어는 청와대에 있지도 않았다(전날 저녁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믿기 어려운 얘기가 난무한다.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분간조차 불가능하다.
일본 총리의 경우를 살펴보자.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 총리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57분까지 12시간 동안의 일정(日程)이 국민들 앞에 그대로 노출됐다. 아니 발표됐다고 보면 된다.
― 9시 30분 당(黨) 본부. 31분 총리실. 34분 간부회의. 10시 8분 총리 집무실. 9분 지방분권회의. 17분 원자력 재해 대책회의. 29분 국무회의. 53분 국회의원 면담. 11시 22분 정부·여당 정책간담회. 12시 20분 제국호텔 내외 정세 조사회 강연. 13시 30분 총리 집무실. 52분 총재특별보좌역. 14시 13분 총리보좌관. 49분 신문 인터뷰. 15시 10분 외무차관. 40분 외무차관보·아프리카 국장. 45분 외부차관보·미주국장. 16시 30분 북한 납치 문제 대책본부장. 17시 9분 내각 정보조사실 정보관. 17분 경제재생장관·과학기술부장관. 26분 전(前) 과학기술부장관, 18시 3분 일자리 개혁회의. 19시 22분 요리점(料理店) 교토, 요미우리 논설주간·아사히·마이니치 편집위원·일본TV 해설위원장·NHK 해설부(副)위원장과 저녁 식사. 21시 57분 자택(自宅) 귀가.
총리를 면담한 사람이 누군지. 어떤 일을 하며 보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마치 무쇠덩어리가 아니면 견뎌내기 힘든 격무임을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총리가 모모 여인과 밀회를 했다든지 비선 실세가 무슨 장난을 했다든지 등등의 거짓 뉴스가 만들어질 여지가 전혀 없다는 데 우리는 냉정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짓 뉴스는 우리를 역사의 어둠 속으로 후퇴시킨다. 진실을 알아야 거짓 뉴스와 정면 대결하는 시민적 용기가 생길 테고 우리 공화국의 미래가 밝아진다. 거짓 뉴스, 거짓말부터 없애야 하는 이유다.
2017년 02월 21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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