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기고/누름돌과 김장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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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6.11. 1)
[기 고] 누름돌과 김장철
/최종설 희망교육연구소장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듯이 여러 가지 돌들을 만난다. 그 돌들은 크기와 모양에 따라 쓰임새가 각각 다르다. 디딤돌, 고임돌, 주춧돌, 섬돌, 징검돌, 부싯돌, 공깃돌, 귓돌, 노둣돌, 구들돌, 밑돌, 빨랫돌, 쐐기돌, 이맛돌, 지경돌 그리고 누름돌 등 수많은 돌들이 있다. 같은 돌이라도 어떻게 생각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토마스 카알라일은 "같은 돌이라도 약자는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고 했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아 긍정적인사고로 남다른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달라질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디딤돌도 중요하지만 디딤돌보다도 중요한 것이 누름돌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상이 점점 난폭해지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고, 화를 참지 못해 사소한일로 감정이 폭발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마음속에 누름돌 하나씩 품고 사는 것이 자신과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어머니는 돌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으시고, 종종 반들반들하고 잘 생긴 돌이 있으면 들고 오셨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가져온 것이 누름돌이었다. 오이지, 깻잎, 삭힌 고추, 장아찌, 간장게장, 김치우거지 등 누름돌로 지긋하게 눌러놓아야 곰팡이도 안 피고, 간이 잘 배어서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다. 인생살이에도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나고 속상한 일이 많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참지 못하고 폭발시키고, 어떤 사람은 꾹꾹 눌러 참고 속으로 삭히기도 한다. 이렇게 참으면서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그 사람 마음속에 누름돌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옛날 우리의 어머니들은 항상 자신을 낮추고, 참으면서 희생과 사랑으로 가정을 지켰다. 자식을 키우면서 힘들고, 속상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버리고, 누르고, 그렇게 마음속에 커다란 누름돌을 하나씩 품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은 나도 너도 그런 누름돌이 없는 것 같다. 참고, 말을 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고,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에 그리고 작은 욕심과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아서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치솟는 화를 지그시 눌러 주는 그런 누름돌 하나씩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평화롭고, 행복하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이 아닐까.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부부간에도 서로 누름돌이 되어 주고 부모, 자식 간에도 친구, 형제간에도 그렇게 누름돌 하나씩을 가지고 산다면 세상은 밝고 행복해질 것이다.
석탄이 지하 수 백 미터에서 고열로 오랫동안 누림을 당하면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이 되듯이 우리도 자신을 참고, 누르면 성품이 훌륭한 인자, 성인군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김장김치가 담백하고 톡 쏘는 참맛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번을 죽어야한다고 한다.
배추밭에서 뽑히고, 칼로 자르고, 소금으로 절이고, 양념으로 버무리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치 독에 넣어 땅속에 깊이 묻어야 한다. 그렇듯이 많이 참고, 내려놓고 나를 죽이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우리 모두 마음의 누름돌을 하나씩 품고 살아야겠다.
세상이 좀 더 조용하고, 편안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김장철을 맞이하면서 그 옛날 어머니께서 정성껏 씻고, 어루만지던 장독대와 누름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2016년 11월 01일 00:05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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