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대통령만 바꾼다고 될까?(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16.11.15)
대통령만 바꾼다고 될까?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이게 나라냐?"는 국민적 분노를 폭발시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외로운 시절에 도와준 인연으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다"는 변명이나,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빠져 일어난 샤머니즘 스캔들이라는 논리는 전혀 옳지 않다. 핵심은 구조이며, 구조를 활용한 대통령의 공사 구분 못하는 정신 상태와 행동에서 비롯됐다. 결과는 대한민국 최고권부가 범죄 소굴이나 다름없이 됐고,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동시에 범죄를 가능케 해준 두목이었다는 참담한 현실로 나타났다.
국가적 위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장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나온다. 대통령 1인에게 권력 집중이 과도한 탓이라며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책임 총리의 거국내각이 우선 해결책이라는 주장이 쏟아지고, 박 대통령의 하야·탄핵으로 조기에 대선을 치르자는 민심도 있다.
그런데 이런 논의에서 빠뜨려서는 안 될 질문이 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지 않고 해결책을 구하는 것이 자칫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정점에 놓고 내각-재벌-문화-교육-체육 등 곳곳에 무자격 하류 잡범들이 대통령과의 사적 연줄을 무기로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복리를 위해 쓰여야 할 자산을 단물처럼 빨아 먹는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지난 몇 년 동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반복돼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동안 청와대·내각·집권당을 통틀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유진룡 전 장관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도였다는 사실이다. 유진룡은 국무회의에서 소신 발언을 하고 장관으로서 마땅한 역할을 하려다 ‘면직’이라는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유승민은 증세 없는 복지정책의 허구를 지적했다가 ‘배신자’로 낙인 찍혀 쫓겨났고 친박들에 의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노예적 관료와 맹종하는 정치세력만이 득세한 것이었다. 아니 양심의 목소리는 복종과 아첨에 공모하는 자들에게 처형(?)당했다.
배운 바 부당한 명령이나 수긍할 수 없는 잘못에 대해서는 윗분의 심기를 거스르는 경우라 할지라도 발언을 하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다. 하지만 얄팍한 처세술에 익숙한 ‘형편없는 리더십’ 치하에서 원칙과 신뢰로 포장된 ‘거짓 세력’은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애국심이나 공적윤리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자들이 국가 권력을 쥐고 통상 범죄자들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포폰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국가 고급 인재들이 제공한 기밀을 치욕적 행태로 농간하기 분주했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대한민국의 비통한 모습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만들었다. 대통령의 오랜 사적 심부름꾼을 포함한 국가 고위직, 주군을 받드는 충성스러운 정치 수족들, 영혼 없는 고위 관료들, 학계·언론계·경제계의 기득권 수호자들이 눈 감고 귀 막으며 입 닫아 공화국의 존엄성과 공화국 시민의 자존감을 짓밟은 국가 능멸과 망국적 범죄가 발생했다고 보면 과언일까.
하류잡범의 조종을 받았다고 의심되는 대통령이나 사적 인연으로 왕래했다는 ‘그녀’, 두 사람의 범죄 행각보다 나는 직무수행에 심각한 결격 사유를 가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집권 이후 온갖 비상식적 행태에 영합해 급기야는 반(反)국가·반공화국 범죄 두목으로 만든 그들이 더 기괴스럽고 공포의 대상이며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부역자들이 죄의식은커녕 뻔뻔하게도 이 공화국의 위기를 타개하겠다며 나서고, 뉴욕에 있는 ‘그 사람’을 맞이해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꿈을 꾸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는 사실이다.
이제 우리 공화국의 기틀을 처음부터 다시 세우겠다는 결연한 결연한 각오로 덤비지 않는다면 미래는 없다. 정의로운 시민적 영혼을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2016년 11월 15일 화요일 제10면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