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특별기고/'사과'처럼 '맛있는' 신문이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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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6. 6. 8)
[인천일보 지령 8000호 - 특별기고] '사과'처럼 '맛있는' 신문이 돼야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시인
▲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시인
인천의 언론이 오늘과 같은 실질적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크게는 신문과 라디오로 대표되는 대중전달매체의 독점적 지위가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정보 전달수단이 인류 역사상 이만큼 화려하게 만개한 때가 없었고, 그로 인해 동시간대에 오대양 육대주가 정보를 수평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기존 매스미디어의 사회적 기능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한 환경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목되는 것은 한 개인이 각종 첨단 기기를 이용해 신문과 방송처럼 '1인 방송'이나 'e메일을 이용한 맞춤형 기사 제공' 등 SNS를 통해 정보를 자체 생산해 유통시키거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시와 조정 역할마저 자임하기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거기에다가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주는 무가지(無價紙)들과 다름없이 신개념 정보전달 매체들은 거의 돈을 받지 않는 반면 신문과 방송은 적지 않은 수신료와 구독료를 받아서 그에 상응하는 고품질을 강력하게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보도기사는 이미 평준화시대를 맞이한 지 오래다. 어느 매체를 읽고, 보든 그 내용이 크게 다르지가 않다. 심지어는 독자나 시청자가 주변사람들에 게 제공해 주는 현장 화면이나 정보가 더 실감날 때도 많다.
그런 위기의 상항인데도 상당수 신문들이 차별화는커녕 대동소이한 보도자료 수준의 시청발(市廳發), 구청발(區廳發) 기사로 지면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은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먼 시대에 뒤떨어져 사는 퇴행이요, 기자의 나태함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는 시나 구 또는 국가나 지역의 기관, 단체들이 왜 그 같은 보도자료를 내게 된 구체적인 배경을 알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올바른 비평과 해설을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신문들의 차별화는 그에 관한 사설과 칼럼, 기고 등에서 판명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자 스스로가 뛰어난 식견과 견해로써 지면을 앞서 제작하기보다는 민주화 이전의 운동가(運動家)와 같은 위상을 스스로 상정해 비판에만 몰두하거나, 특정 경향의 보도로 일관한다면 이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이나 독자의 기대를 저버린 일종의 '언론 폭력'이 되는 것이다.
이제 신문이 주목해야 할 분야는 '시민의 삶'이다. 신문이 신물 나는 정치와 이념의 최전선이거나 선전장이기를 바라는 독자는 거의 없다. 신문이 유익하고, 건강하고, 재미있기를 독자는 바란다. 또 신문은 교과서가 아니다. 거기서 무엇을 꼭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신문이 독자를 가르치려 들어서도 안 된다.
(문)사과를 왜 먹는가? (답)비타민C를 섭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우답이다. (문)사극 영화는 왜 보는가? (답)한국사를 알기 위해서입니다. 역시 우답이다. 사과를 먹든, 영화를 보든 모두 맛있고, 재미있어야 한다. '삼촌네 떡도 맛있어야 사 먹는다.'는 우리 속담은 진실이다. 신문이 가판대 위에 진열된 엄연한 상품(商品)임을 기자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돈 내고 보는 신문이 맛이 없다면-읽을거리가 시원치 않다면-누가 그를 원하겠는가? 진실은 의외로 단순한 데 숨겨져 있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은 오늘날의 지구촌에는 고전적 의미의 신문과 방송이 제공하는 콘텐츠 말고도 유익하고 재미있는 볼거리, 읽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사실이다.
인천일보가 오늘로 지령 8000호를 발행했다. 창간에 동참했던 식구의 한 사람으로서 이를 축하해 마지않는다. 또한 지난날의 고군분투에 대해서도 따듯한 격려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1973년도의 소위 '3사 통합'으로 인한 15년간의 언론 공백기를 극복해 낸 노정 자체가 기적 같다고도 생각한다.
더불어 이 시점에서 재삼 상기한다. 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서고, 지역도 바로선다는 인식은 언제나 정(正)이다. 전국적인 언론사의 난립과 폐해는 '책상머리 이론(理論)'에 의한 난처한 후진국형 현실이지만, 신선한 경쟁력을 갖춰 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숙제이다.
신문을 오래 전부터 제4부(第四府)라 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다음의 권력이란 뜻이다. 그 큰 권력은 시민들로 위임받았다. 그렇기에 남용은 있을 수가 없다. 무엇이 정도(正道)이고, 대도(大道)인지 자성하면서 늘 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야 한다. 인천의 장대한 발전과정에 어깨를 나란히 해 자랑스러운 인천을 후손에 물려주려는 것이 본보 창간의 취지임을 다시금 떠올린다.
/조우성 인천시립박물관장·시인
2016년 06월 08일 00:05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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