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원규(65회) 장편소설<마지막 무관생도들>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6. 6. 8)
[양진채의 한장면 읽기] 애국
/소설가
그는 연병장을 천천히 걸으며 이곳에서 시작했던 항일투쟁의 생애를 더듬었다, 그러다가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대가를 바라고 싸운 건 아니니 보상이 없어도 좋다. 백범 선생은 도산 선생에게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시켜달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필부로 살더라도 해방된 조국에 살면 족하지. 농사를 지어도 좋지."
-이원규 소설가의 소설로 읽는 역사 <마지막 무관생도들>
며칠 전 <훈장과 굴레>, <황해> 등 많은 소설을 집필하고, 최근에는 <김산 평전>, <조봉암 평전> 등 소설로 읽는 평전을 쓰시던 이원규 선생님께서 <마지막 무관생도들>을 보내주셨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무관생도 45명의 삶을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쓴 역사서였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 속에는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망국의 역사 위에 내던져진 젊은 사관생도들이 조국을 어떻게 껴안았고, 어떤 인생길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아픈 기록이었다.
지난 6일은 현충일이었다. 현충일은 '조국 광복과 국토방위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들의 영령을 추모하기 위해 정한 기념일'이다. 아침 10시에 묵념을 알리는 사이렌이 길게 울렸다. 그 시간 묵념을 한 이는 얼마나 됐을까.
지금 한국은 '홀로 아리랑' 신세가 됐다. 베트남전쟁에 나가, 서독의 광부로 파견돼, 곳곳에서 어떻게든 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생을 포기해야 했던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인은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기업가나 자본가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웃사촌은 사라진지 오래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은 청년층 사이에 지옥(Hell)과 조선(朝鮮)을 합성한 신조어로 말 그대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뜻의 '헬조선'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청년층 응답률이 70%를 넘는다는 기사를 봤다. 가슴이 아프다.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게양된 태극기 앞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끝까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이름 없는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를, 대한민국의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이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
/소설가
2016년 06월 08일 00:05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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