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월요프리즘]/법조계는 왜 부패할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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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6. 6.20)
법조계는 왜 부패할까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사시 동기생들의 모임이 있었다. 모처럼 만난 동기생들의 얼굴엔 분노의 모습도 있었고, 좌절의 모습도 있었으며, 최근 대형 로펌의 대기업 관련 사건의 수임 행태를 알리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려 주는 고발형 모습의 얼굴도 있었다. 연수원에서 출발한 동기생들의 청초한 얼굴과는 달리 후회와 회한의 표정들이 대부분이었다. 좌절과 낙망의 표정들도 역력했다. 이 모습들이 법조비리의 최정점에서 회자된 동기생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패 변호사를 원하는 의뢰인들이 있는 한 부패 변호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보며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찰관이나 법관이 있는 한 부패 변호사는 계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직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탐관오리는 국사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불의의 떡은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며, 나눔직도 하다.
오늘의 부패한 법조인의 모습들은 왜 생겨나는 것일까?
첫째, 우리 사회가 비리의 온상이라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어느 곳 하나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다. 정계, 관계, 재계, 교육계, 언론계, 예술계, 스포츠계 등 우리 사회는 비리의 총화를 이루고 있다. 비리가 있는 곳에 수사가 있고, 재판이 있다.
둘째, 법적 정의 구현은 비리 법조인사들의 연계(선후배, 동향, 고시 동기생) 심화로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사법신뢰는 추락했고, 법조인은 모두 한통속이 돼 버렸다. 변호사는 돈만 아는 허가받은 사기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셋째, 우리 사회 구조가 실체적 진실을 거부하는 도미노 현상에 빠져 있다. 순간의 모면을 위해 올인하는 모습들이 각계각층에 만연돼 있다. 진실을 회피함으로써 눈앞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속되기 전의 정치인들이 진실을 수용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 틈을 이용해 수사관들의 부패구조가 파고드는 현상이 생겼다. 진실보다는 눈앞의 이익이 더 실속이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잡아야 떡고물이 생긴다.
넷째, 일부 수사관들의 브로커 현상은 생존형 법조인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돼 버렸다. 생존을 위해 사건을 수임하면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불법 관행이 뿌리 깊게 내려져 있다. 수사기관의 조서 작성은 그래서 참으로 중요한데, 이들이 법관이나 검찰관의 편견을 유도하는 형식으로 조서를 작성하면 피의자는 결정적으로 불리한 판단을 받게 되는 현상에서 일부 수사관들의 브로커 현상은 심화돼 있다.
다섯째, 수임료의 고액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값싼 수임료를 제시하면 의뢰인들은 변호사의 역량을 의심하며 선임을 회피한다. 최고의 지성들이 모였다는 대형 로펌의 대기업 총수들의 고액 수임료 디퍼짓 현상은 감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수임료 고액화 현상에 과연 진실의 발견이 가능한 것일까? 로비문화만 더욱 가열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로펌에 전직 관계 인사들이 채용되는 현상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법률사무에 종사해 온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한 세대 이상을 법조인으로 살아왔다. 최근 법조인으로서 느끼는 법조계의 부패에 대해서는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관문을 통해 걸어온 이 외길이 이제 한낮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길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파사현정의 기치는 아직 살아있다. 오염되지 않은 법관, 검찰관 그리고 변호사들이 아직은 많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법조계는 아직 버틸 수 있다.
부패를 막기 위해 수사기관을 만들었다. 수사기관 부패가 있다면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부패하지 않은 수사 검사들, 수사 경찰관들이 있다. 그들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부패 수사관의 잘못된 조서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현명한 법관들이 아직은 있다. 최유정과 같은 사람은 극히 소수다. 살아있는 법관들이 우리 미래의 희망이다. 그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직은 남아 있다.
편파적인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들에 대해 국민들이나 살아있는 변호사들이 법관 재임용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그들의 재임용을 막아내야 한다. 불의한 일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법조 공간이 열려 있어야 한다.
2016년 06월 20일 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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