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진짜’ 관광산업이 점차 어두워진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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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6. 6.21)
‘진짜’ 관광산업이 점차 어두워진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인구 증가가 정체된 사회에서 외국 관광객의 유치는 단순한 ‘제2의 내수’가 아니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한심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2010년을 전후해 우리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일본을 크게 앞서고 있었는데(2011년에 350만 명, 2012년에는 300만 명 정도 우리가 앞섰다) 2015년에는 일본이 1천974만 명으로 우리의 1천323만 명을 압도적으로 역전시켰다.
이런 현상의 저변을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이 밝힌 2015년도 국제관광 경제력지수를 보면 일본이 세계 9위이고, 우리는 29위에 머물렀다. 인구 1천 명당 호텔 객실 수에 있어 일본이 6.4실로 우리의 1.7실보다 많고, 관광객 유인 효과가 큰 대형 테마파크에서도 세계 5대 테마파크의 3개가 일본에 있는데 우리는 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이런 수치의 비교가 300만 명 앞서고 있다가 600만 명이나 뒤처진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국인에게 택시비를 서너 배나 덤터기 씌우는 바가지 상혼이나 물품 구매에 따른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단체관광객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뺑뺑이 쇼핑, 지하도를 통해 이동하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엘리베이터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관광객 모습을 일본에서는 구경하기 힘들다.
이것만이 아니다. 불법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엄격하게 관리하던 비자 발급 요건을 크게 완화하고, 도쿄 인근의 국제공항에 저가항공사 적용 터미널을 만드는가 하면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음식점은 물론 고속버스 등에도 무료 와이파이를 설치했고, 호텔 숙박료가 비싸다는 중국 관광객의 불평을 해소하고자 빈집과 일반주택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게 한 일본의 정책적 노력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들은 한국의 관광객 유치도 벤치마킹했다. 우리의 대표적인 ‘한국형 면세점’을 유치했고, 제주 올레길에서 착안해 규슈 올레길을 만들었다. 2020년에는 관광객 4천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정부와 업계는 물론 시민들도 발 벗고 나서는 형편이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우리에게 행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가 일본을 관광기피국으로 만들었고, 엔고(円高)도 겹쳤었다. 센카쿠 영토 분쟁으로 인해 중국 관광객 특수가 일본 열도를 비켜간 점도 있었다. 또한 K-pop과 한류(韓流)드라마의 인기가 영향을 미쳤다. 이런저런 상황을 헤아려보면 우리의 관광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절실히 요구되는데 아직도 위기의식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지난 8일 송도의 한식호텔 경원재에서 열린 한중 광역단체장들의 모임인 ‘제1회 한중지사성장회의’에서 지방정부 교류 활성화 방안으로 문화·관광 분야 및 경제 분야 주요 정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관광설명회와 박람회, 축제 등 각종 국제 교류행사 적극 참여 등의 공동선언문은 행사의 성격상 우리 관광산업의 획기적인 변화와 대책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큰 희망을 걸 수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지방정부 수뇌들이 인천에 왔는데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 인천이란 곳을 어떻게 기억하도록 했는지, 과연 보여 줄 것이 있었는지 자문자답해 보면 명료해질 것이다.
중국 기자 한 사람이 원조(元祖)니 시조(始祖)니 하는 식당 간판을 보고 물었다. "진짜 원조, 최초, 시조라고 쓰는 까닭이 뭡니까?" 영어로 ‘since 1900년’하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도 했다. 오래됐다는 걸 자랑하려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일이겠지만 한 집 건너 이런 명칭을 쓰고 있으니 진짜가 어떤 건지 속사정이 뭔지 그들이 알 리 없겠으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저 원조 소문만 믿고 알아서 오는 손님들,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진짜 원조집이라면 맛있다고 추어올리는 미디어를 겨냥한 뻔뻔한 상술이라는 것을. ‘○○방송에 나온 진짜 집’이라는 간판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의 홍보가 우리의 관광산업 밑바닥에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뭔 대수라고 여길지 모르나 그래서는 ‘진짜’ 전망이 어둡다.
2016년 06월 21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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