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유커의 대형 트렁크에 무엇이 가득한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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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6.6. 7)
유커의 대형 트렁크에 무엇이 가득한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월미도에서 수천 명 중국 관광객의 치맥 파티, 한강 변에서의 삼계탕 파티는 화제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약 600만 명의 중국 관광객에 비춰보아도 그리 중시해야 할 수효가 아니다. 한국의 관광 매력이란 점에서 그런 형태가 내세울 일이 전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달 인천시는 "단순나열식의 관광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관광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구축해 인천을 명실상부한 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단체 여행객에 비해 현저하게 높아진 개별 여행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인데 이는 뒤늦은 감이 있으나 매우 시의적절한 방향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 여행객들의 여행 패턴에 대해 좀 더 정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왜? 중국 여행객들은 대형 트렁크를 끌고 다니기를 좋아할까 하는 일차적인 모습부터 보자. 그들은 물건을 싹쓸이하듯이 사서 트렁크에 가득 넣는 쇼핑을 몹시 즐긴다. 바퀴가 달린 허리춤 높이의 트렁크를 하나만이 아니라 무리 지은 사람들 수효만큼 끌고 다닌다. 귀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지하도 곳곳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부족한 관광 국가는 별로 없는 터. 더구나 보행로도 그리 잘 정비돼 있지 못한 처지다.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구호가 요란한 지역에 가보면 주차한 자동차가 그들의 트렁크 운반로(?)를 가로막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대형 트렁크를 선호한다.
그런 모습에 대리구매(代理購買)라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여행객이 외국에 나가 ‘가짜’가 아닌 정품(正品)을 구입한 뒤 귀국해 되파는 행위가 대리구매다. 고급 브랜드의 경우 중국내 세금이 워낙 비싸서 대리구매 몇 건만 잘하면 항공요금은 물론이고 여행비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공항의 면세구역이나 남대문, 또는 시내 면세점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스마트폰을 통해 중국에 있는 구매자들에게 물건을 보여주는 일은 이미 흔해졌다. 물건의 가격이 얼마이고 품질은 어떠하며 할인율이 어느 정도인지 소상하게 알려준다고 한다.
구매자가 가족이나 친지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이탈리아의 고급 브랜드 할인매장은 원칙적으로 사진 촬영을 금하고 있었으나 중국 여행객들의 대리구매 쇼핑 스타일을 감안해 눈감아 준다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면세점들이 고급 브랜드에 올인하다가는 큰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는 내용과 함께 말이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관광객 수효가 1억2천만 명이었다. 중국인 전체로 보면 10분의 1이 안 되는 수효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 온 수효가 500만 명 정도다. 우리가 100만 명 정도 많긴 하지만 재작년의 통계에서 보면 우리가 약 2.3% 정도 줄었는데 비해 일본은 거의 두 배가 늘어났다.
괴담 수준으로 번졌던 메르스 탓도 있겠고 싸진 엔화의 탓도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관광 매력이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중국 관광객이 가장 선호한다는 명동의 예를 들어보자. 명동의 저녁은 먹자골목이다. 노점상이 엄청나게 많다. 노점상에는 어묵, 군밤, 떡, 새우튀김, 조개구이 같은 것이 대부분이다.
권리금이 1억 원 되는 노점상도 많은데 비슷한 음식이 대부분으로 종류를 헤아리면 30~40개 정도다. 간단히 말해 국적 불명의 음식에다 종류도 제한적이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때론 귀국한 중국 여행객이 바가지 썼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 외에 기념품이나 잡화 상품들을 파는 가게도 여럿 있다. 여기서 파는 상품들의 경우 상당수가 값싼 중국제나 베트남제다. 중국 관광객들이 그런 물건을 사려고 명동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것을 한국산으로 잘못 알아 구입했다면 크게 실망하지 않았을까.
우리에게도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찾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는 여건도 많다. 한류(韓流)의 주문(呪文)에 매달리기보다 그들과 우리의 상생 관광에서 다시 살펴보자.
2016년 06월 07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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