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김두환(82회)의 미래 엿보기/알파고와 인공지능의 미래 (4)(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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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6. 4.25)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미래 (4)
/김두환 인천대 객원교수 겸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
▲ 김두환 인천대 객원교수
로봇의 인공지능 발달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크게 뛰어넘어 종국에는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 우려하는 이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우려를 갖게 하는 데는 과학자들의 책임도 크다. 특히 과학주의(scientism)를 신봉하는 과학자들이 이러한 추세에 힘을 보탠다.
과학주의의 특징은 실험주의, 유물주의, 객관주의, 결정주의, 진보주의, 방법론적 환원주의 등으로 분류되며 이는 한마디로 탈가치화, 객관화, 계량화로 표방돼 객체의 가치와 인간의 주관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과학주의 사상에는 창조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없다. 과학주의자들은 마치 과학과 신앙이 대치점에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신앙을 공격하면서 과학의 우수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과학자라면 과학과 신앙은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과학의 역할은 측정 가능한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 측정 가능하지 않는 것은 과학자들의 관심사도 아닐 뿐더러 과학의 연구 대상도 아니다. 그러기에 과학자라는 이름으로 측정 가능하지 않는 신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과학적이지 않는 것이다.
인류의 과학 발전은 오직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함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예상치 않는 일이 발생하기는 하나, 이 또한 인간이 관리할 수 있다. 어렸을 때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우주여행을 마치고 귀환하니 인간이 아닌 원숭이가 세상을 지배하고,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는 혹성에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혹성을 탈출하고자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원숭이가 지배하는 지역을 벗어난다. 영화는 인간과 원숭이와의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금수저라 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가진 자와 흙수저라 할 수 있는 권력자의 하수인의 관계인 듯하다.
단순한 공상 영화로 여겨졌던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 엄청난 반전을 품고 있다. 당시 어린 나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그들이 원숭이들의 추격을 겨우 벗어나 바닷가로 오게 됐는데, 그 바닷가의 모래밭에 반쯤 묻혀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들이 우주여행 이후에 도착한 곳이 다른 행성이 아니라 미래의 지구인 것이다. 미래연구가인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류의 미래는 흘러온 역사의 큰 강물처럼 먼 과거에서 먼 미래로 유유히 흘러갈 것이다."
인간이 과학을 발전시키는 이유는 문제, 모순, 결핍 상황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현재까지 과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발전도 지금까지 존재하는 과학영역에서 출발한다.
인공지능의 기반 학문들은 철학, 수학, 경제학, 신경과학, 심리학, 컴퓨터
공학, 제어이론과 인공두뇌학, 언어학 등을 총망라한 종합 학문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 지능을 ‘문제해결 능력’이라 정의한다면 인공지능의 구현은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유사하게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기반으로 가로축에 좌측은 이론적(ideal)이고 우측은 합리적(rational)이다. 또한 세로축의 위쪽은 인간의 사고작용(thinking)이고 아래쪽은 인간의 행동(behavior)으로 나눌 때 1사분면은 합리적 사고 시스템(사고의 법칙적 접근 방법), 2사분면은 인간과 같은 사고 시스템(인지 과학적 접근 방법), 3사분면은 인간과 같은 행동 시스템(튜링 테스트적 접근 방법), 4사분면은 합리적인 행동 시스템(합리적인 에이전트식 접근 방법)이다.
과연 ‘이러한 제한적인 접근 방법으로 인간의 두뇌를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학자로서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 발전은 ‘토이(toy) 모델’이라 불리는 단순한 모델링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과학 영역에서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어떠한 가정과 모델도 전부 시도할 수 있다.
알파고는 바둑 두는 기능만을 구현한 인공지능이다. 알파고 개발의 배후에는 IBM이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장에 도전장을 낸 구글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알파고라는 격량이 잠깐 일었지만 금세 평정을 찾게 되고 대중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게 될 것이다. 거대한 인류 문명의 흐름은 오늘도 유유히 미래를 향해 흘러갈 것이다.
2016년 04월 25일 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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