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월요프리즘]/막장공천, 이제 국민이 답할 차례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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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6. 3.28)
막장공천, 이제 국민이 답할 차례다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진영, 이재오, 유승민. 끝내 그들은 공천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사적인 감정 탓이다. 그들은 대통령의 배신자들이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에 반대한 죄,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성을 논한 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죄 등이 그들로 하여금 배신자로 낙인 찍히게 만든 것이다. 당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한구는 사형장의 칼을 휘두르는 망나니와 같았다. 이른바 차도살인의 계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무성 당대표가 사천 밀실공천에 불복하겠다면서 5개 지역구에 대해 최고위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 옥쇄 투쟁을 벌여 유승민과 이재오 지역구를 무공천지역으로 이끌었다. 막장 드라마가 시작됐고, 권력 투쟁의 막이 올랐다.
옛날에 원숭이 무리들이 산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밤, 비바람이 몰아치며 추워지자 원숭이들은 불씨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맸다.
그러던 참에 원숭이들은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보게 됐다. 원숭이들은 그것이 불씨라고 생각하고 장작을 모아다 그 위에 반딧불이를 얹어 놓고 열심히 불었다. 얼른 불이 타올라서 몸을 녹일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새 한 마리가 근처에 살고 있었다. 그 새는 원숭이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다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원숭이 여러분! 공연히 애쓰지 마세요. 당신들이 본 것은 불씨가 아니에요!" 하지만 원숭이들은 들은 체도 안 했다.
그러자 그 새는 원숭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알려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지나가던 행인이 그 새의 결심을 알아차리고 충고했다.
"새야! 바로잡을 수 없는 일을 바로잡으려고 무리하게 애쓰지 말라. 무릇 잘라지지 않는 단단한 돌에는 애당초 칼을 대지 말아야 하고, 휘어지지 않는 나무로는 아예 활을 만들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 새는 행인의 말을 듣지 않고서 기어이 원숭이들에게 다가가 반딧불이가 불씨가 아님을 알렸다.
그 순간 새의 잔소리를 성가시게 여긴 몇몇 원숭이들이 새를 붙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쳐서 죽였다. 새의 충고는 원숭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충고였다. 하지만 원숭이들의 무모함은 간절하게 충고하려던 새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 새 역시 결국 행인의 충고를 무시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진리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충고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나라를 통치해서는 안 된다는 쓴소리를 하고 싶었던 참새들은 장렬하게 죽어갔다. 정당의 공천이란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놓고서 벌이는 전쟁터와 같다. 반딧불이가 결코 불씨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를 알리고 싶은 참새들은 무참히 살육 당했다.
원숭이 무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이한구 위원장, 그는 당선 가능성이 있는 불씨를 찾는다며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세력을 앞세워 나갔다. 눈을 부라리며 당의 정체성을 토해냈다. 노골적인 비박 학살공천을 단행한 것이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마침내 자진 사퇴의 길을 유도하는 낮은 수준의 계략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고 들었으나 국민들이 과연 속을까? 공천놀음이 원숭이들의 불씨놀음과 무엇이 다를까? 불씨와 비슷한 반딧불이를 찾으려는 실세들의 노력을 탓할 수는 없지만, 불씨와 반딧불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그들의 아둔함은 우리들을 절망케 한다.
세상을 밝히려는 불씨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 반딧불이를 찾아내는 그들의 행태를 보며 우리는 심히 절망한다. 원숭이들의 불씨놀음에 대해 충고를 하려는 새들과 그 새들의 참살을 보며 재담을 일으키는 각종 언론들은 문제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호위무사 공천의 악습을 고치라는 강한 어조도 사라졌다.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정당의 공천이라는 제도를 이대로 놓아 둬서는 안 된다. 공천 잡음으로 정치의 원칙과 신뢰가 사라져 가고 있다. 상향식 공천제도는 말뿐이었다.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호위무사 공천을 하는 상황을 어떻게 막아야 할까? 파리 목숨과도 같이 불씨들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여성단수추천지역이라는 이름으로 날렸다. 여의도 불판을 갈아보고 싶지만 어떡해? 이제 원숭이들의 불씨놀음에 대해 국민들이 답할 차례다. 소중한 주권 행사로 그들의 막장공천에 답할 차례다.
2016년 03월 28일 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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