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지지할 후보 없음’을 투표용지에 넣는다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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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6. 2.16)
‘지지할 후보 없음’을 투표용지에 넣는다면…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은 "요즘 정치가들은 ‘그때그때’ 국민들 생각에 자신을 맞춘다"고 개탄했다. 소신이나 자기 철학을 지키기보다 이해득실에 따라 표심에 아부하느라 처신한다는 지적일 텐데, 요즘 우리 선거판을 살펴보면 ‘국민 생각에 맞추려는 노력’이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표심은 변한다. 투표 당일까지 몇 번이고 바뀔 것이다. 달라지는 게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말하는 이도 더러 있으나 그건 일부에 불과하다.
대구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된다는 "박이 날아든다. 웬갖 잡박이 날아든다"는 ‘진박 타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의 위력(?)을 보여 주는 단면이겠으나 수도권에서는 여권 성향의 표심을 갉아먹는다는 주장이 거센 걸 보면 분명해진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농담처럼 아무리 자신이 ‘진박(진실한 친박)’이라고 노래를 불러 봤자라는 것일 텐데 그렇다고 ‘진박 타령’하지 않는 그들은 과연 진실한 후보들일까?
후보자들의 표심을 향한 구애는 여러 형태다. 잘 보이려고 단장하거나 치장한다. 멋있게 보이려는 화장(化粧)일 테고, 때론 자신을 ‘국회의원 감’으로 보이려는 분장(扮裝)도 하는데 나름 봐줄 만도 하다. 문제는 변장(變裝)과 위장(僞裝)하는 후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거짓된 후보이고 사기꾼이나 다름없다.
할리우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 보면 주변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천재가 나온다. 주인공은 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으로 다양하게 변장하고 위장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는 투자자를 속이고 주가를 조작해 억만장자가 됐다가 추락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두 영화의 주연배우는 ‘꽃미남’으로 손꼽히는 디캐프리오다. 영화 속에서 그가 주변을 속여 넘길 수 있었던 건 멋진 외모와 화려한 언변을 거침없이 구사해 ‘저런 정도 인물이라면 거짓일 리 없다’는 믿음을 악용했기에 가능했다. 위장과 변장이 능수능란한 건 그렇다 치고, 그 좋은 외모가 믿을 바가 못 된다는 걸 많은 이들이 깜빡했다는 사실이다.
독일의 대표 주간지 「슈테른」은 ‘1995년을 빛낸 8대 사기꾼’ 2위와 3위에 우리 전직 대통령 노태우·전두환 두 양반을 선정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정의구현 사회를 내걸고 수천억 원의 웃돈을 꿀꺽 삼킨 것이 이유였다.
「세상의 모든 사기꾼」을 쓴 이언 그레이엄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떠올려 봄직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정의 구현이라는 변장과 위장 앞에 속절없이 속았으면서도 오히려 그때 그 시절이 좋았다는 사람도 간혹 있으니 더욱 그렇다.
‘새 피’ 수혈을 외치고 ‘새 인물 영입’을 내걸고 ‘새 정치’를 앵무새처럼 주장하는 주요 정당들을 살펴보자.
새누리당은 ‘상향식 공천’과 ‘새 피’를 주장하며 친박과 비박 간에 혈투(?)를 하고 있는데 하나는 물 건너갔고, 다른 하나는 ‘헌 피’는 아니겠으나 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맛봤던 심판받아야 할 인물들뿐이다. 정말 염치없는 변장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역시 오십보백보다. 몇 차례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재미를 보더니 이제는 찌라시 같은 내용을 버젓이 작성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직책을 웃음거리로 만든 인물까지 꼬셔 선거에 이용하겠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이건 위장의 극치다. 국민의당 역시 만만치 않다. ‘새 정치’를 전매특허처럼 외치면서 ‘그 밥에 그 나물’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국고보조금 80억 원에 목매는 모습이고, 정책이나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기성 정치의 불신과 망국병인 지역감정에 기대어 한 자리 차지하려는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이런 판국에 유권자의 후보자 감별법이나 내놓으며 권리와 책임을 운운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하기야 현재 입후보자들을 최선이라 할 순 없으되 최악을 피해 보려면 그들 가운데서 고를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인가? 아니다. 방법이 있다.
유권자의 성찰과 진정한 표심을 기대한다면 투표용지의 맨 아래 칸에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기표란을 넣으면 된다. 엉뚱한 제안이 아니라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반드시 통과될 안건이다. 그쪽이 일등하면 ‘당선자 없음’으로 고지하면 된다. 국해의원(國害議員) 뽑지 않을 묘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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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년 02월 16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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