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기념 사화집 '문학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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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2.24)
[조우성의 미추홀]기념 사화집 '문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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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화집(詞華集)을 영어로는 '앤솔러지(anthology)'라고 한다. 여러 명의 시나 문장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골라 모아 엮은 책을 뜻하는데, 우리 문단에서는 1960년대 젊은 시인들이 '60년대 사화집'이란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다.
▶최근 '인천'을 소재나 주제로 쓴 시 167편을 모은 사화집 '문학산'이 나왔다. '한국 시문학 속의 인천 풍경'이란 부제(副題)가 그 내용을 말해 준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을 기념해 발간한 것으로 내용이나 제책술이 예사롭지가 않다.
▶기왕에 나온 인천 소재 '단편집'들이 일제 강점기 이후를 인천 소설문학의 시작으로 본 반면, '문학산'은 그 출발을 1천여 년 앞당겨 고려시대 전기로 잡았다. 인천에서 살며 여러 시들을 남긴 문호 이규보 등이 권두(券頭)를 장식했다.
▶편집 자문위원들은 '책의 수도 유치 정신'에 입각해 보다 많은 이들을 사화집에 동참시켜 기념도서 출간을 또 하나의 축제로 승화시킨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그동안 우리 시문학에서 인천을 소재로 한 시들을 정선해 싣기로 했다.
▶누가, 언제, 무엇을 썼는가는 시인의 사상과 감정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지만, 일정한 수준의 작품성을 유지하고 있다면, 순수와 참여,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게재하자는 의연한 편집 방침에 흔쾌히 동의하였다.
▶'문학산'에서는 고려 시대의 유승단, 이규보, 이색에서 조선 시대의 이규상, 정희량, 이건창, 일제 강점기의 고유섭, 김동환, 정지용, 광복 이후의 최병구, 손설향, 한상억, 현역(現役)인 김구연, 고경옥, 박일 시인에 이르기까지 인천을 노래한 시인들의 화려한 언어 변주(變奏)를 들을 수 있다.
▶시대를 넘어 시인들이 어떻게 인천을 노래해 왔는가 비교해 보며 읽는 재미도 크다. 시(市)는 '문학산' 출간을 기해 22일 오후 시립박물관 석남홀에서 시낭송 음악회도 성대히 개최했다. 첼로와 기타, 대금 연주 등이 곁들여져 이채로웠다. 시를 통해 인천을 되새겨보는 뜻 깊은 행사였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2월 2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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