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차원용(77회)의 미래의 창/건강 돕는 착한 박테리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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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세계일보(16. 1.23)
[차원용의미래의창] 건강 돕는 착한 박테리아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과학자들은 신경세포를 제외한 일반 세포의 수를 100조개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 우리 몸과 내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수가 세포의 수와 같거나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우리 몸은 적어도 100조개의 박테리아가 공존·공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5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위염·십이지장궤양·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세균을 발견한 호주의 배리 마셜과 로빈 워런 박사에게 돌아갔다. 수상 이유는 다른 많은 과학자들이 세포 안의 유전자·리보핵산(RNA)·효소·리보솜·염기 등을 연구하는 데 반해 이들은 위 속에 존재하고 있는 박테리아를 표적해 연구하며 10여종의 박테리아 가운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세균이 인간을 공격하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그러면서 80%가량의 박테리아는 인간과 공존·공생하는 좋은 박테리아이고, 20%가 인간을 공격하는 나쁜 박테리아(세균)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들의 수상은 박테리아 연구에 불을 지펴 몸 속과 피부에 사는 박테리아와 공존·공생하는 메커니즘 연구가 잇따르게 됐다.
2008년 미국 콜로라도대 과학자들은 손바닥에는 무려 4700종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음과 그중 남성보다 여성의 손에 더 많이 서식하고 있음을 밝혔는데, 이는 화장품이나 호르몬 등에 기인된 것으로 보았다. 문제는 이들 중 어떤 박테리아가 나쁜 박테리아이며 향후 어떻게 이를 정확히 표적해 죽일 것이냐와 좋은 박테리아와 인간이 공생하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인체 내 미생물 중 어떤 것이 유해하고 어떤 것이 유익한 것인지를 아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2013년 스위스 과학자들은 인간이 좋은 박테리아와 공존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하다 좋은 박테리아는 모유 수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기 내장의 박테리아 발달과정에서 면역시스템을 강화하는 데는 모유가 최고라는 것이다. 지난해엔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 역시 어린 시절 시작한 운동이 내장의 미생물집단을 인간에게 유익하도록 바꿔 보다 건강한 뇌와 신진대사활동을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 과학적으로 그 근거가 밝혀진 셈이다.
이제 유럽에서는 현대인들의 건강고민인 체지방, 혈당, 혈행 관리와 에너지 대사에 도움을 주는 ‘메타프로젝트’를 통해 미생물의 유전자 카탈로그인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집)을 만들고, 이를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를 위해 ‘게놈(유전체) 프로젝트’에 이어 ‘제2의 게놈’으로 선정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100조개에 달하는 미생물 중 어느 것이 좋은 박테리아인지, 어느 것이 나쁜 박테리아인지 선별하는 것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이 ‘선’과 ‘악’의 박테리아를 정확하게 구별해낼 수 있다면 좋은 박테리아로 인체를 보호해 주는 친생제와 나쁜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항생제를 개인 맞춤식으로 개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장내미생물인 ‘제2의 게놈’ 연구가 활발히 이뤄져 면역체계와 장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숲’(마이크로바이옴)을 복원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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