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파라다이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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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2. 2)
[조우성의 미추홀] 파라다이스
<1532>
'신들의 궁전' 올림포스는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한다. 제우스, 포세이돈, 디오니소스, 아프로디테 등 12신이 거주했다고 한다. 높이가 2917m로 백두산보다도 더 하늘에 가깝다. 이래저래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북부 그리스 지방의 성역(聖域)이다.
▶'파라다이스'는 페르시아 말로 "죽은 이가 고통에서부터 해방돼 행복하게 지내는 서쪽 바다 끝의 섬"이다. '창세기'에는 에덴동산, 신약성서에는 신의 축복을 받은 이가 가는 곳으로 돼 있다.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천국'을 말한다.
▶'올림포스'나 '파라다이스'나 그러고 보면 삶에 지친 갑남을녀가 드나들기에는 이름부터가 버거운 곳이었다. 애초에 그곳은 개항장 제물포의 양지바른 야산이었는데, 영국식 빨간 벽돌집과 그 아래에 러시아 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영사관 동네가 됐었다.
▶개항, 해관 설치, 제물포해전, 일제 강점기 등 역사의 급변기를 지켜보던 이곳은 광복을 맞이하면서 진취적인 예술의 보금자리가 됐다. 초대 인천시립박물관장이었던 석남 이경성 선생이 영국 영사관 건물 안에 '시립 우리예술관'을 창설한 것이다.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1947년 4월 문을 연 예술관은 규모는 작았지만 놀랍게도 지금의 예술의 전당과 같은 구성과 사업을 펼쳤다. 전시관, 집필실, 연주실, 도서관을 갖췄고, "국내 최초의 미술 기획전인 '근대미술전'을 개최해 칭송을 받았다.
▶서울에도 없던 문화시설을 뽐내던 '우리예술관'은 몇 년 후 6·25전쟁의 와중 속에 자취를 감추었고, 1965년 그 자리에 인천 최대의 올림포스호텔이 세워졌다. 호텔은 카지노로 명맥을 유지했고, 최근 적자 누적으로 문을 닫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인근 '하버파크호텔'의 영업도 저조한 마당에 '파라다이스'까지 폐쇄한다니 중구 이미지에 적신호가 될 듯싶다. 이름부터 거리가 먼데다가, 지역의 경제, 문화 수준에 뿌리를 못 내린 사업의 끝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2월 0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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