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차원용(77회)의 미래의 창/대머리 고민 이젠 끝(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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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세계일보(15.11. 6)
[차원용의미래의창] 대머리 고민 이젠 끝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자신이 대머리라고 생각해보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인간은 대략 10만여 개의 매우 작은 모낭을 갖고 있는데 이들 모낭에서 10만여 개의 머리카락이 자라게 된다. 이미 1954~56년 토끼, 쥐, 그리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치료 과정에 새로운 모낭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음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발생 과정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토끼를 대상으로 한 한 연구의 논평에서 “성인의 머리카락은 재생되지 않는다”고 피력함으로써 이것이 정설로 간주돼 성인의 머리카락이 손상돼 빠지면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200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조지 코트사렐리스 교수팀이 신발생 과정에 대한 유전학적·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대머리나 피부 치료에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됐다. 연구팀은 대머리를 치료할 새로운 모낭 재생 유전자 윈트(Wnt)를 발견하고, 이를 손상입은 쥐의 피부에 시험해 피부털 세포를 재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쥐와 인간의 머리카락 재생과정에는 서로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이 난맥으로 유전자를 활용하는 머리카락 재생이 진통을 겪게 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콜롬비아대 안젤라 크리스티아노 박사와 연구원들은 머리카락 재생을 유전자가 아닌 약물 방식에 도전했다. 그것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를 내 준 기존의 약에서 후보 약을 찾는 작업인 ‘드러그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 기법을 통해서다. 연구팀은 시판되고 있는 1000 여종 가운데 컴퓨터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두 가지 약에 집중했다. 하나는 혈액질환을 치료하는 룩소리티닙이고, 다른 하나는 류머티즘성의 관절염을 치료하는 토파시티닙이다. 두 약을 이용해 표적이 전혀 다른 임상연구를 한 것이다.
연구팀은 자기면역증으로 머리가 빠지는 탈모증과 작고 둥근 반점의 마른버짐을 표적으로 쥐와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 두 가지 약이 쥐와 인간의 모낭 안에 있는 일련의 효소인 야누스 키아나제(JAK)와 자기면역 공격을 억제해 머리카락을 재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연구팀은 이 JAK 억제제를 먹을 때보다 피부에 발랐을 때 쥐의 머리털이 더 빨리 더 많이 재생된다는 사실과 정상적인 쥐에 적용한 결과 잠자고 있던 휴면 상태의 모낭까지 깨워 머리털이 자라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배양기에서 자란 인간의 모낭에 적용한 결과 긴 머리카락도 재생됐으며, 배양기에서 피부를 붙인 쥐에서도 재생이 됐다. 이제 인간의 머리에 실제 적용하는 임상시험만 남은 것이다.
이러한 학문을 재생의학이라고 부르는데, 그 핵심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물 의학적 치료로 죽어가는 장기나 조직은 물론 세포를 살릴 수 있음이다. 무엇보다 드러그 리포지셔닝은 인간의 병이 3199종이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앞으로 연구해야 할 대상이 상당히 많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해 이 재생의학 분야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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