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생명의 방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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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1.18)
[조우성의 미추홀] 생명의 방패
<1527>
오늘, 다시 묻게 된다. '인간은 선(善)한가?', '신은 과연 있는가?' 인간이 선하고, 신이 '만들어진 신'이 아니라면, 어찌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부터 6·25전쟁 때의 살육, 세월호 사건, IS의 참수와 화형과 파리 만행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가?
▶이 모든 게 신의 뜻이라고 말할 이들이 많겠지만, 저희 자신이 그 슬픔의 주인공이라 해도 그리 말할 수 있을까? 다시 묻게 된다. 인류사에서 '십자가'와 '알라'의 이름으로 인간들이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한 일들은 얼마나 많은가?
▶도대체 그 죽음들의 의미는 무엇인가? 왜 죽이고, 죽어야 했는가? 다만 사상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종파(宗派)가 다르다 해서 '먹지도 않은 채' 같은 종(種)을 처참하게 죽여 쓰레기처럼 버리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는 데에 절망한다.
▶더불어 생사의 간격은 또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같은 상황 속에서도 어떤 이는 살고, 어떤 이는 죽는다. 그 선택은 무엇일까? IS는 '프랑스인인가?', '기독교를 믿는가?' 묻고 사살했다지만, 어떤 '프랑스인 기독교도'는 죽은 척하고 있다가 살았다고 한다.
▶베트남전쟁 때 미 육군 중사 안드레즈가 윗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지포라이터'에 총탄이 박혀 목숨을 구했던 것처럼, 그그저께 실베스터란 이는 그 공포의 순간에 전화를 걸었는데 날아온 총알을 '삼성 갤럭시 S6'가 막아줘(?) 살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에게 '지포라이터'와 '삼성 갤럭시 S6'는 '십자가'나 '코란'보다도 영험한 생명의 방패였을 것인데, 그에 어떤 인과(因果)가 있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냥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었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틈바구니에서 '거친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불' '지포라이터'를 꾸준히 팔아왔던 물신주의(物神主義)의 썩은 냄새까지 솔솔 풍겨온다. 수많은 죽음들 앞에서까지 우연을 빙자해 상품 신화를 탄생시키는 게 영악한 인간들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1월 18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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