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연어의 '수난시대'(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5.11.24)
[조우성의 미추홀] 연어의 '수난시대'
<1529>
"네가 오기까지/(오기는 올까마는)/하늘말라리도/알락실잠자리도 불러/함께 기다릴게/능수버들 아래서/기다릴게/기진맥진 지친 몸으로/네가 올 때까지/지등도 밝혀둘게." 이건청 시인의 시 '연어' 전문이다. '하늘말라리'는 '하늘말나리'라고도 한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m 정도. 잎은 어긋나거나 돌려나는 피침 또는 구둣주걱 모양인데 7~8월에 노란색을 띤 붉은색 꽃이 줄기 끝에 위를 향하여 핀다. 시적 화자의 위치는 '하늘말나리'가 하늘대고, '알락실잠자리'가 나는 남대천 어느 여울목쯤인 듯싶다.
▶대자연의 섭리를 떠올리게 하는 '모천회귀(母川回歸)'의 경외감과 일생일회의 대장정을 이제 막 기진맥진해 마치려는 연어를 생각하며 '지등(紙燈)도 밝혀두겠다'고 한 것은 연민이 담긴 시인의 내면적 풍경이기도 하다.
▶'연어'는 어족 가운데 가장 강한 회귀성을 자랑한다. 알라스카, 캄차카 등 북태평양 해역에 가서 청춘기를 보낸 뒤 제가 태어난 강에서 돌아와 한번 산란하고 일생을 마친다. 여행이 사람을 키우듯, 2~3년간의 여행이 '연어'를 비로소 '연어'이게 한다.
▶하지만 '살코기에서 그윽한 솔잎 냄새가 풍기는' '생선의 귀족'으로 대접을 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하자 인공부화를 통해 방류해 왔다. 그래도 왕성한 식욕을 감당치 못하게 돼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차에 양식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강원도 고성 봉포 앞바다. 육지에서 5㎞ 정도 떨어진 해역의 대형 가두리 시설에 은빛 연어들이 시범 출하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고 한다. 과연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제대로 자란 '연어'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그런데 FDA가 '유전자 변형 연어'의 식용 판매를 허가해 미국에서 논란 중이라고 전한다. 사육 시설을 이탈할 경우, 생태계의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모천회귀'도 모르고, 유전자까지 조작당하는 '연어 수난시대'가 도래한 듯하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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