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차원용(77회)의 미래의 창/집중력과 멀티태스킹의 메커니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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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세계일보(15.11.21)
[차원용의미래의창] 집중력과 멀티태스킹의 메커니즘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땐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나 옆사람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다 끓은 커피 향기도 맡을 수 없고, 누군가의 시선도 인식할 수 없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며 커피 향기를 즐기면서 동시에 슬라이드 작업 등의 멀티태스킹(multi -tasking)을 할 수도 있다. 바쁜 현대인은 이 멀티태스킹에 능하다. 그렇다면 뇌의 어느 부분이 집중력과 멀티태스킹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일까.
두뇌의 바깥 부분에 자리한 피질은 대부분의 인지기능과 연관 있는 뇌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피질에서 정보가 처리돼 해석되고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그러나 감각기관이 감지한 정보가 피질로 들어가려면 시상(視床)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시상은 공 모양의 신경세포인 뉴런 다발로 시상망상핵(TRN)이 둘러싸고 있다. 1953년 유전자(DNA) 분자모델인 이중나선구조를 만들어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은 1984년 ‘TRN은 문지기로서 어떤 정보를 통과시켜 피질로 보내 자세한 분석을 더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는 가설을 내놓은 바 있다. 과학자들은 크릭의 가설에 흥미를 느꼈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가설이 맞는지를 검증할 수 없었다. TRN은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로 사과 껍질과 유사해 정확히 표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미국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의 보 리 박사팀이 TRN을 정확하게 표적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TRN이 시상과 피질 사이에서 신호를 조절하는 증거를 찾아냈으며, 시상-TRN-피질이라는 3개의 구조가 하나의 회로를 형성해 집중력과 감각정보 처리를 제어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연구팀은 TRN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ErbB4라는 단백질을 불활성화시켰는데 TRN에서 ErbB4가 없어지자 산만했던 쥐의 집중력이 크게 향상됐다. 결국 이 연구는 집중력결핍장애나 정신분열을 포함하는 집중력 문제에 대한 잠재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대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빛을 쪼여줘 시각적으로 집중하면 우유를 주는 유도 실험을 했는데 TRN 뉴런이 덜 활성화됐다. 반면 소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했을 때 청각 담당 TRN 뉴런이 많이 활성화됐다. 그 이유는 쥐가 시각보다는 청각에 집중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결과 시각·청각·후각·미각을 담당하는 TRN 뉴런이 따로 있다는 것과 여러 일을 할 때는 필요한 TRN 뉴런만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TRN 뉴런이 우리가 집중하고 싶지 않은 감각정보는 걸러내고 필요로 하는 감각정보는 집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수많은 인재들이 주어진 시간에 양질의 성과를 내고 성공한 삶을 이뤄낸 비결은 ‘집중력’이라고 말한다. 즉 정보 격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집중력 격차’ 라고 한다. 집중과 멀티태스킹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게 하는 반면 우리를 정신분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집중과 멀티태스킹이 인지구조학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괜찮은 만남이 될 수 있는지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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