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노벨상' 유감(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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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0.15)
[조우성의 미추홀] '노벨상' 유감
<1515>
일본이 올해로 21번째의 노벨상을 수상했다. 중국도 첫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축하할 일이다. 반면에 우리는 세계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으로서 아슬아슬한 휴전(休戰) 상황을 헤어 나오지 못한 서글픈 처지에서 받은 평화상이 유일하다.
▶수년 전부터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모 시인이 '문학상'을 받으리라고 보도해 왔다. 그러나 그 같은 보도는 수상자 결정 추이로 봐 결코 쉽지 않은 희망 사항으로 보인다. 문학상은 대개 원저가 구미어로 쓰인 작품에 주어져 왔던 게 통상적 예였다.
▶"파르라니 깍은 머리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조지훈 '승무' 일부)" 같은 시구(詩句)가 지닌 운율, 이미지, 언어적 질감, 그것이 총합된 정서를 외국어로 되살릴 수 있다고 믿는 건 자유이지만, 사실 그것은 가당치도 않은 '문학적 미신'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화학상, 물리학상, 의학상 등 기타 부문의 수상은 가능한가? 작년만 해도 정부는 무려 18조 원의 예산을 '연구 개발비(R&D)'로 썼다고 한다. 정부와 민간을 합치면 총 연구개발 투자율이 세계 1위라고 한다. 한데도 성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그 원인은 오래도록 인문(人文)을 중시해 왔던 유교적 전통과 그를 잘못 이어받은 오늘의 출세 지향적 교육과 사회 가치관 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가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를 대하는 태도는 옛 장인의 그것과 다를 게 없는 풍토다.
▶그러니 우수 학생들이 대거 '법대'나 '의대'에 몰리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판·검사와 변호사들이 우수해 오늘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법치국가, 준법국가가 된 것도 아니요, 참한 '히포크라테스의 후예'는 눈 씻고 한참 찾아야 할 판이다.
▶최근에는 국가·사회가 과도한 '인문병(人文病)'에 스스로 감염돼 철학적 빈곤을 보상받으려 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 여부로 국격(國格)을 따질 것도 없다. 배금주의 가치관에 찌든 사회의 천박함부터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인천시립박물관
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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