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개항장과 중국/해납백천(海納白川)의 말씀, 깊이 새기시기를(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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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10. 3)
해납백천(海納白川)의 말씀, 깊이 새기시기를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며칠 전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국의 한 신문사에 특별 기고를 통해 한중 양국의 상호 신뢰와 동시에 경제·사회 발전, 국민의 행복 추구를 공동의 과제라고 하면서 서로 긴밀한 교류를 통해 민심 기반을 굳건히 다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반도 주민과 중국 인민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서로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며 영욕의 세월을 공유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최상의 양국 협력을 위하여! 최고 수준의 양국 국민 간 우의를 위하여! 양국 우호의 미래 천년의 역사를 위하여!"란 총리 취임 이후 한국을 첫 방문하는 소회를 정리했습니다.
참으로 좋으신 말씀이었습니다. 그런 이 총리의 기고문을 읽으며 현재 인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가지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인천 부평에 있는 ‘문화의 거리’ 상인회가 최근 이 거리를 ‘유커(중국관광객)의 존(ZONE)’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전국 최초의 시도를 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는 유커들이 서울 중심의 구매 패턴을 보이는 걸 인천으로 바꿔 보자는 소상인들의 간절한 염원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동안 인천에 온 많은 유커들이 전통시장이나 지하상가를 비롯해 인천의 작은 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대부분 서울에서 구매했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요.
유커들이 인천에서 물품 구입을 하지 않은 것은 간단했습니다. 관련된 중국 여행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약했던 탓입니다. 그래서 부평의 상인들은 물품 구입할 때마다 10% 인센티브를 주는 관광쇼핑카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지요. 참으로 뒤늦었지만 유커를 향한 몸부림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 다음에 떠오른 것은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이른바 ‘보따리상인(따이콩)’에 통제를 중국 당국이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따리상인을 통한 유통을 정상적 절차를 통한 적법한 무역구조로 유도하겠다는 것인 만큼 잘못됐다고 하긴 어렵겠지요. 한중 FTA를 앞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하지만 말입니다. 면세 범위 이내에서 작은 무역업체의 의뢰를 받아 물건을 전달하거나 구입한 물품에 약간의 이문을 붙여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해 온 한국의 소상인들에게는 치명적인 조치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20년간 그들은 칭다오, 톈진, 스다오, 단둥, 다롄, 옌타이 등 10개 항로에서 연간 수십만 명이 이 일에 종사했습니다.
2011년에는 무려 46만여 명이었는데 올해는 13만여 명으로 줄어들었고 갈수록 그 수효는 줄어들겠지요. 그들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첨병 역할을 해 온 만큼 무역특화도시인 인천의 대중국 교역을 담당했던 많은 중소기업들이 줄어든 수입으로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인천항에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국발 여객선이 입항하면 국제여객터미널 주변에서 보따리상인들과 도매상인들이 북새통을 이뤄 진풍경을 연출했던 그 모습들이 이제는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을 오가는 여러 여객선사에도 별로 좋은 변화라고 할 수는 없을 테지요. 한국의 전통시장이나 지하상가의 상인들은 물론 보따리상인들, 소규모 무역업체 등은 모두가 서민들입니다. 생업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인천 중구의 경우는 중국과의 오랜 역사적 교류 현장인 국내 유일의 차이나타운이 있고, 많은 중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생계에 중국은 매우 중요하고도 기대해 볼 만한 예상이었지요. 정말로 가까운 이웃사촌 같은 존재였습니다.
25년 전인 1990년 9월 인천과 중국 웨이하이 사이를 다니는 첫 카페리 항로가 열렸을 때 한중 양국의 많은 서민들이 한중 우호의 횃불 아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기대에 찬 환호성을 올렸었지요.
그 이후 괄목할 만한 상호시너지 효과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리 총리께서는 한중 관계 발전을 ‘해납백천(海納白川)’으로 표현하셨지요.
수천 개의 하천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한중 관계가 일부 정치인이나 기업가들 사이에서 교류와 투자가 확대되는 것 못지 않게 양국의 서민들 사이에서도 이뤄져야만 진정한 의미의 한중 우호와 서로 윈윈(win-win)하는 미래 천년의 역사가 빛을 발하겠지요. 리 총리의 건투와 해량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2015년 11월 03일 화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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