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동인천 잊다, 있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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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1. 6)
[조우성의 미추홀]'동인천 잊다, 있다'
<1523>
1899년 9월 18일, 화륜거(火輪車)로 불렸던 증기 기관차가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지축을 흔들며 인천-서울 간을 달리기 시작했을 때, 지금의 동인천역명은 '축현역(杻峴驛)'이었다. 싸리나무 '축(杻)', 고개 '현(峴)'이니 '싸리나무고개역'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출발지 '인천역' 위에 있는 역이라 해서 '상인천역(上仁川驛)'으로 개칭한 것이 1926년이고, 인천시청이 현 중구청 자리에 있을 때 시청의 동쪽에 있는 역이라며 '동인천역'이라 고쳐 부른 것이 1955년이었다.
▶'상인천', '동인천'이란 역명이 애초의 '축현역'에 비해 졸속 작명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당시의 역명은 기관차 옆면과 기차표에 표기한 그대로 '제물포역'이었어야 했고, 도시 확장 등 미래를 예상하지 않은 '동인천역'도 마뜩치 않다.
▶그렇게 세월 따라 역명은 제멋대로 바뀌어 왔지만, 희로애락 속의 인생열차를 타고 그곳을 오며가며 살아왔던 이들과 역 광장, 대한서림, 무궁화식당, 별제과, 축현학교, 맛나당, 인영극장 등 풍광들은 어느덧 지역사의 어엿한 주인공이 되었다.
▶최근, 그들 이야기를 인천 지역사에 편입시킨 살아있는 도시 인문학 책이 나왔다. 시가 발행하고 있는 월간지 '굿모닝인천'의 유동현 편집장이 펴 낸 '동인천, 잊다, 있다'가 그것인데, 새로운 독서의 지평을 상큼하게 열어주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제목 '동인천, 잊다, 있다'는 동음이의어의 반복인 일종의 '어롱(語弄)'으로, 그동안 '잊고 살았지만' '동인천'이 '역사처럼 무섭게' 우리 곁에 '현존하고 있다'는 자각을 하게 해 준다. 저자와 함께 이곳저곳을 거닐다보면 참신한 지역사의 서술 방법도 엿보게된다.
▶또 하나. 지명이면 지명, 생활사면 생활사, 어느 한 분야를 대상으로 넉넉히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만큼 지역사회의 인문학이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늦가을밤, 좋은 읽을거리를 곁에 두어 행복하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1월 06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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