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헝가리의 망각(忘却)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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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9.23)
[조우성의 미추홀] 헝가리의 망각(忘却)
<1508>
김춘수 시인이 같은 제목의 시를 수록한 시집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을 출판한 것은 1959년이었다. 서정시를 써 오던 시인이 그 같은 제목의 시집을 냈던 것은 당시 전 세계에 전해진 헝가리의 유혈사태가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었다고 보인다.
▶헝가리에서의 민중 봉기는 그 3년 전, 폴란드 포즈난 시에서 일어난 대소 저항운동에서 자극받은 것이었다. 공산권의 종주국 소련에 맞선다는 것은 위성국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냉전체제 시대였다. 소련은 아무 거리낌없이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친소파 제1서기 카다르가 "반동 세력을 몰아내 달라"고 요청하자, 그해 11월14일 6·25전쟁 때 북한이 몰고 왔던 것과 똑 같은 T34형 탱크로써 부다페스트를 짓밟았다. 시가전이 벌어졌고, 잔혹한 처형이 도처에서 자행되었다.
▶헝가리의 참극은 서방 언론, 특히 미국의 사진잡지 '라이프'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죽음을 무릅쓰고 기자들이 전해 준 현장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처지는 것이었다. 그런 역사적 경험을 지닌 헝가리가 또다른 차원에서 '과연 인간에게 희망은 있는가'라는 처연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탈린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고, 세계의 정신·물질적 지원을 받아 오늘의 삶을 일구어 온 그들이 과거를 잊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인간은 영원한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헝가리 기자의 난민 폭행은 휴머니즘의 실종을 상기시킨다.
▶헝가리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이 추진 중인 난민 할당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난민을 다 수용할 수도 없는 입장이겠지만, 유럽연합이 지켜야 할 난민 수용 규정인 '더불린조약'이 엄연히 살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헝가리는 세르비아 국경 175km에 4m 높이의 방벽과 3중 철조망을 설치하고, 군대를 파견했다는 소식이다. 전세계가 1950년대 '헝가리 사태' 때와는 달리 국제협약을 무시하고 있는 오늘의 헝가리를 냉연히 지켜보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9월 23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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