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누가 야만인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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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0. 5)
[조우성의 미추홀] 누가 야만인가
<1511>
인간은 스스로 뽐내는 존재다. 서로가 뽐내면서 산다. 피와 살과 뼈로써 제 생명을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동물들과 하등 다를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천연덕스럽게 만물의 영장이라고 극구 자처한다. '호모사피엔스'는 바로 그의 대명사이다.
▶언어와 도구를 사용하며, 그로써 온갖 지식을 쌓아온 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물의 왕국'에서 본 동물들보다 더 잔혹하게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한다. 그 이유가 어처구니없다. '인간'이지만, 나와 '다르다'며 상대를 죽인다.
▶피부 색깔이 다르다, 인종이 다르다, 언어가 다르다, 종교가 다르다, 국적이 다르다는 것 때문에 같은 인간의 탈을 쓰고도 온 지구촌을 핏빛으로 물들인 야만적 인류사를 돌아보면, 차라리 '동물의 왕국'은 나름대로의 질서와 평화라도 있어 보인다.
▶동물들은 다른 동물을 다르다고 죽이지는 않는다. 다만 생존을 위해 먹을 만큼만 먹이로써 죽인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파푸아뉴기니로 망명 갔던 폴란드 출신의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날 한 식인종 부족의 노인과 1차 세계대전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됐다. 그는 그렇게 많은 고기를 어떻게 다 먹을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유럽에서는 같은 인간끼리 서로를 먹지 않는다고 대답하자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냥 야만적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에요 하고 되물었다."(이안 크로프톤 지음 '음식의 별난 역사' 레몬컬쳐 사) 파푸아뉴기니 식인종이 본 유럽인들이야말로 같지도 않은 이유로 사람을 무참히 죽이는 야만족인 것이다.
▶어른, 애, 경찰 할 것 없이 총을 마구 쏘아대는 미국에서 그저께는 한 젊은이가 특정 종교의 신도를 골라 죽이는 참극까지 벌어졌다. 과연 인류에게 희망은 있는가 의문이 든다. 성선설을 주장했던 이가 누군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0월 0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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