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염치(廉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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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10. 9)
[조우성의 미추홀] 염치(廉恥)
<1513>
수년 전, 지역 원로 한 분을 둘러싸고 난처한 일이 벌어졌다. 주변 사람 몇몇이 어른의 공덕을 기리자며 동상 건립을 제안을 했던 것이다. 그때 필자는 생전에 자신의 동상을 세운 인물은 동서고금에 독재자를 빼놓고는 거의 없다며 반대했었다.
▶결국 동상 건립은 불발됐지만, 그보다 더 염치없어 보이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름께나 알려졌다는 문인들이 다투어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지어놓고 사람들을 불러댔던 것이다. 문학적 오만이 하늘을 찌를 듯한 형세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때도 시도 없이 백발이 성성한 문인들이 또 무슨 상을 받게 됐다며 신문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간 상을 받을 만큼 받았다 싶었는데도 결코 아니란다. 자신은 죽기 전까지 계속 상을 받아 마땅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염치없는 사건이 또 있었다. 국내 일류 출판사란 곳에서 책을 여러 권 내 부와 명성을 거머쥔 한 소설가가 일본 작가의 글을 표절하고도 묵묵부답했던 일이다. 그 후 여론에 밀려 자숙한다고 했고, 한 비평가는 어정쩡하게 그를 두둔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자숙' 석 달 만에 미국에 가서 영문판 저서 출간에 맞춰 팬 사인회 등을 포함한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어떤 심정으로 그 자리에서 미국 독자들을 상대했는지는 몰라도 이 소식을 들은 이들이 오히려 낯이 뜨뜻해질 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같은 출판사가 새로 낸 산문집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문제가 있다는 이의가 제기되어 또 공방 중이다. 독자에게 준 선물도 논란거리였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나, 독자를 둘러싸고 작가와 출판사들이 벌이고 풍경들은 가히 가관이다.
▶불현듯 무슨 까닭인지도 모르게, 남방 우편기를 타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쌩떽쥐벨리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소설들과 산문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보이는 듯싶다. 대체 문학은 뭘까? 최소한의 염치를 알아가는 과정은 아닐까?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10월 09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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