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광고 폭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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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9.17)
[조우성의 미추홀] 광고 폭력
<1506>
우리나라의 '광고'는 인천에서부터 시작됐다. 나라에서 일방적으로 통고하는 '방(榜)'은 있었지만, 상품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백성들에게 알린 것은 인천에 있던 독일 무역상사 '세창양행'이 처음이다. 1886년 2월 2일 한성주보에 실린 '고백(告白)'이란 광고가 그것이다.
▶화려한 그림이나 도안이 없이 수입품과 수출품 내역을 문자로만 적은 소박한 광고였다. 남녀노소 누가 찾아와도 속이지 않고 공정한 가격으로 팔고 있으니 찾아와 주시기 바란다며, 세창양행의 상표를 확인해 달라는 부탁도 곁들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근대자본주의의 변방에 든 그때부터 시작된 '광고'가 오늘에 와서는 온 국민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할 만큼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물들 전면에 누더기처럼 걸친 온갖 간판들로부터 각종 현수막, 가로등은 물론이고 지하 공간까지 도배하고 있다.
▶아날로그 광고의 폐해가 너무 커 규제를 가하고는 있지만, 업계는 막무가내고 있는 실정이다. 그에 한 술 더 뜨고 있는 것이 '디지털 분야'이다. TV만 틀면 얼굴을 들이밀고 나타나는 것이 홈쇼핑인데, 시청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채널을 편성하고 있다.
▶정규 방송을 보려면 반드시 홈쇼핑 채널을 거쳐 가게 만든 것은 또하나의 작은 폭력인데, 그나마 상표만 확인하면 됐던 세창양행 시대보다도 공신력은 바닥이어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가짜 백수오 판매 사태가 겉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상파 방송이나 인터넷, 모바일 폰 회사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피장파장이기 때문이다. 희화적인 것은 모 신문(新聞)이 사돈 남 말하듯, 홈쇼핑 폐해를 적시하고 나선 일이다. 기사를 실은 그날 모 지의 사정도 똑같았다.
▶한 페이지 건너서 전면 광고를 실어, 기사를 보는 건지 돈 주고 광고를 사서 보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말없이 국민의 호주머니만 털어가는 광고업계의 정화가 시급하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9월 17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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