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개항장과 중국/중국은 진정 우리에게 무엇인가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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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9.22)
중국은 진정 우리에게 무엇인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
지난 전승절의 베이징 열병식 이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몇 단계는 더 높아졌다. ‘중국 역할론 과대망상’ ‘중국의 우려스러운 內治’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은 다르다’ ‘중국의 新도광양회(은밀히 힘을 기름)’ ‘한중관계의 상전벽해(桑田碧海)’ ‘중국은 한국의 統一을 원치 않는다’ ‘美·中 사이에서 오리알 안돼야’ 등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칼럼이 언론에 쏟아지듯 게재되고 있다. 중국 식당의 변신에 대한 화제도 한몫하고 있다.
얼마 전 송파구의 NC백화점에 있는 중국식당 ‘샹하오’가 <차이니스 고메(Gourmet) 뷔페>로 단장하면서 북경·상해·광동·사천요리 등 중국의 4대 요리는 물론 대만이나 홍콩의 퓨전 중국요리까지 세계 곳곳의 60여 가지 대표적인 요리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많은 손님을 끌고 있다는 소문이다.
베이징덕과 전병으로 잘 알려진 북경요리, 소동파가 개발했다는 동파육에 생선찜 등의 상해요리, 기름을 적게 사용하여 담백하면서도 갖가지 약재를 넣어 보양식으로 꼽히는 불도장·딤섬 등의 광동요리, 마파두부 등 맵고 맛있는 사천요리에다 홍콩의 소문난 게살수프와 대만의 블루베리 마요새우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중국요리를 한 자리에서 입맛 닿는 대로 즐길 수 있고, 손님들은 모든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개방형으로 위생적인 신뢰를 주는 동시에 중국 식당에서 빠질 수 없는 웍헤이(work-hei)를 직접 감상할 수 있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웍(work)이란 중국 주방에 있는 둥그렇고 우묵한 무쇠 팬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조리기구인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수분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꽤 무거워 보이는 건 당연지사. 손님들은 조리사들이 크고 무거운 웍을 손목으로 자유자재 튕기듯이 하면서 높은 화력 때문에 팬 위로 치솟는 불꽃쇼까지 덤으로 지켜보며 입을 딱 벌리기 마련. 거기다가 2시간마다 "중국 고유의 맛과 향에 도전해보세요"라면서 징소리와 함께 내놓는 일명 ‘징요리’는 당일 조리사가 무작위로 정하기 때문에 특색 있는 중국 요리의 맛과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는 후문이다.
인천의 북성동 차이나타운은 청요리(중국 요리)의 원조나 다름없는데 이런 변화는 지금 기대난망이고, 전문가 집단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더블 플레이와 외교적 립서비스에 대해서 백가쟁명 식으로 운위되고 있어 착잡한 심정이 드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강대국의 여기서 이 말 하고 돌아서서 딴소리 하는 것을 능사로 삼는 경향을 백여 년 동안 맛보았고, 그들의 음식도 허겁지겁 좋아하는 성향이 농후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모른다면 모를까) 더욱 이 별개의 주제를 한데 묶어도 무리 없다는 생각인 걸 어쩌랴.
어느 일각에서는 중국의 국력이 크게 올랐으니 미국보다 더 가까이 지내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양자택일식 주장도 하고 있고, 어느 일각에서는 뿌리 깊은 사대(事大)적 생각이라고 꼬집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물론 우리는 이웃과 잘 지내야 한다. 동시에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라는 국가가치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음식으로 말하면 서로의 입맛에 맞도록 깔끔하게 풀어내면서도 상대의 메뉴를 존중하고 특색 있는 요리를 나눌수록 좋을 터이다.
일방이 아닌 양방 통행과 소통에는 이런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한류(韓流)가 중국에서 대접받기 시작한데에는 ‘대장금’이라는 음식드라마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한반도는 그동안 동아시아에서 단일 패권국가가 등장하면 곤욕을 치러왔다.
변방속국이 되거나 식민지가 되는 고통의 과거가 이를 반증한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국익은 동아시아에서 패권국가가 등장하지 않는데 있고, 이웃나라들이 서로 견제·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떠오르고 일본이 침체된다고 즐거워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일외교·안보문제에 웬 요리이야기를 접목하느냐 하면, 우리 스스로 균형 있는 사고로 주변을 살펴봐야지 조금만 맛있다면 우르르 몰려가 어쩔 줄 모르고 조금 빽빽해지면 돌아서버리는 습성과 관련 있기에 말이다. 짜장면 집이 식당으로 인기 있는 요릿집으로 변하는 와중에 우리 의식구조를 생각해본다.
2015년 09월 22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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