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장난감 해프닝(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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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9.25)
[조우성의 미추홀] 장난감 해프닝
<1509>
필자는 배다리에서 자랐다. 정확한 주소는 인천시 중구 경동 4번지. 배다리에서 율목동 일본인 공동묘지로 올라가는 초입 골목길에 우리집이 있었다. 바로 앞엔 유명했던 '김응석 병원'이 있었고, 그 뒤엔 인천고 운동장 반 만한 커다란 공터가 있었다.
▶공터에는 날이면 날마다 '약장수'가 들어와 아코디언을 켜 가며 노래를 불렀고, 어떤 때는 무시무시한 차력 시범도 보여 지루할 날이 없었다. 가장 큰 구경거리는 서커스였다. '동춘 서커스'를 비롯해 '대동' 등 몇몇 서커스가 들어와 사람이 북적였다.
▶그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현칠이 아저씨'였다. 우리 또래보다 열댓 살은 족히 넘는 연배였는데, 재주가 많아 아이들의 우상이 된 인물이다. 크고 멋진 가오리연을 만들어 먼 하늘에 날리는가 하면 자작 누릉치기'로 참새를 잘 잡았다.
▶우리들의 첫 장난감은 '누릉치기'였다. 현칠이 아저씨처럼 멋있게 만들려 했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후 커 가면서 장남감이 팽이치기, 제기차기, 구슬치기 등에서 누릉치기, 나무딱총, 양은딱총, 나사 폭탄 등으로 바뀌었다.
▶재밌는 것은 철사를 이용해서도 장난감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철사를 이리저리 구부려 권총처럼 만들고, 팽팽하게 고무줄을 끼워 방아쇠를 당겨 고무줄을 총알처럼 날렸는데 손재주가 꽤 필요했다. 화려한 요지경을 만들던 귀재(?)도 있었다.
▶어쨌거나, 소년시절 우리 또래들은 장난감을 스스로 만들어 놀았다. 그 후에 등장한 양철로 만든 형형색색의 로봇이나 자동차, 비행기, 호루라기, 권총, 촛불 배, 붕어와 매미 딱딱이 등도 부모가 사 주는 법은 없었다. 모두 용돈을 모아 샀다.
▶그러던 것이 세태가 변했는지, 부모들이 웃돈을 줘가며 '터닝메카드'란 장난감 로봇을 사 주기 위해 줄을 서는 세상이 됐다. 추석맞이 특별판매도 한단다. 아이들을 유약하게 만들고, 빈부 격차와 열등감을 심어주는 장삿속 해프닝은 막아야 한다고 본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9월 25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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