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도시마을 생활사'(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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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8.26)
[조우성의 미추홀]'도시마을 생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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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우리나라 도시사(都市史)와 생활사(生活史) 두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게 한 선구적인 지역이다. 개항 직후 조계지 안에서 행해졌던 도시계획은 새로운 거리문화를 만드는 첫발이 되었다. 집과 집 사이의 길에 '근대'를 도입했던 것이다.
▶전에 없던 가로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길 양편에는 시멘트로 만든 하수구가 줄지어 설치되었다. 거기에 가스나 전기를 이용한 가로등까지 켜 밤거리를 밝힌 모습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개항장 인천만의 풍경이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뿐이던가? 여기저기에 세워진 서양식 건물 또한 장관이었다고 한다. 각국공원의 세창양행 사택과 존스턴 별장, 그 아래의 제물포구락부와 오례당, 우각리의 알렌별장, 부둣가의 대불호텔 등이 자아낸 이국적 정취는 큰 눈요깃거리가 됐을 듯싶다.
▶그 거리, 그 건물들 속에서의 이런저런 생활사 또한 이례적인 것이었다. 바다를 건너온 '박래품(舶來品)'이 던져준 충격은 또 얼마나 컸을까? 활동사진, 석유, 염료, 램프, 천, 유리제품, 자전거 등도 신생활 용품으로 등장한 개화의 신문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당시 그 도시와 그 생활을 접하고, 영위했던 인천 사람들의 이야기가 거의 전하는 것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 하드웨어'만 있고, 인간미 넘치는 '휴먼 스토리'가 빠져 있다는 것은 '인천사의 완성도'를 미흡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남구청(청장 박우섭)이 펴낸 '도시마을 생활사' 숭의동·도화동 편은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경인선 기공식 거행, 유서 깊은 여우실, 무덕정, 독갑다리, 공설운동장, 인천사범학교 등등 제목만 봐도 옛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듯싶다.
▶특히 마을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진솔하기 그지없어 독자의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전국 각처에서 '도시 인문학' 관련 행사가 선풍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이번에 남구청이 낸 '도시마을 생활사'가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8월 26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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