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문서 소각(文書燒却)(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5. 8.28)
[조우성의 미추홀] 문서 소각(文書燒却)
1459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전후70년, 그 여름'이란 제하의 시리즈물을 1면에 내고 있다. 지난 8월10일에는 전 법무장관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씨의 고백을 실었다. 올해 102세가 되는 그는 인생 고별을 앞두고 진실을 토로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1945년 8월 10일 아침, 내각 서기관장이 내무부에 전쟁 종결 처리 방침을 극비로 요청했다. 그래서 차관의 명을 받아 내무부 지방국 전시 업무과 사무관이던 내가 각 부처의 관방장을 내무부에 모아 종전(終戰)을 위한 회의를 몰래 열었다"
▶"주요 의제는 군 물자의 처리였다. 군이 가진 물자가 엄청나지만, 그대로 몰수될 수 있다. 국민에 나눠주면 그런 우려는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점령 전에 군이 보유한 식량과 의료품 등 여러 물자를 곤궁한 국민에 빨리 나누어 준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하나 결정한 것은 공문서 소각이다. 포츠담 선언은 '전범의 처벌'를 적어 전범 문제가 일어나므로 관계가 되는 문서를 모두 태우게 된 것이다. 회의에서는 나는 "증거가 되는 공문은 다 소각하자"고 말했다. 전쟁 범죄자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회의를 마치고 공문서를 소각하라는 지령서를 썼다. 포츠담 선언을 수락하는 라디오 방송이 15일에 있다는 것도 듣고 있었으므로, 그 전에 지령을 내리는 수는 없지만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했다. 8월 17일에는 이미 인천에서도 지령이 내려졌다.
▶1945년 소곡익차랑(小谷益次郞)이란 일본인이 쓴 철수 관련 기록 '인천 인양지(仁川引揚誌·'황해문화' 2001년 봄호 게재)에는 "미군의 상륙설에 대비한 퇴각 준비로 관청에서 서류를 소각하는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고 밝히고 있다.
▶ 이 같은 내외의 공문서 소각은 저들이 스스로 '천인공노할 전범들'임을 천하에 자인한 역설을 보여준다. 그런 일본이 과거에 대한 반성은커녕 '패전 70년'만에 다시금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복귀 중이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8월 28일 금요일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