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차원용(77회)의 미래의 창/자연지능을 디자인하는 생체모방기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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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세계일보(15. 8.14)
[차원용의미래의창] 자연지능을 디자인하는 생체모방기술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자연에는 인간과 공존 공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동물·식물·어류·곤충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 어류, 곤충 등은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을 뛰어넘어 자외선과 적외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와 같이 자연이 갖고 있는 특수한 지능을 자연지능(NI)이라 하고, 자연지능을 모방하는 학문을 생체모방학 또는 생체의생학, 그 응용된 기술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한다.
생체모방기술은 새로운 생체물질을 만들고, 에너지나 자원을 수확할 수 있게 해주며, 그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한데 인간의 구조와 기능을 융합하면 ‘사이보그’(Cyborg·생물과 기계장치의 결합)로서의 더 높은 지능과 수행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생체모방기술에 도전하는 과학자가 많은데 이들은 생체모방기술을 ‘디자인 네이처’로 부르기까지 한다.
1948년 스위스의 발명가인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애완견과의 산책 후 바지에 붙어 있는 엉겅퀴 씨앗을 보며 어떻게 엉겅퀴가 개의 털에 바짝 붙어 떨어지지 않는지 호기심을 갖게 됐고, 이를 연구해 오늘날의 화스너 테이프와 같은 벨크로 제품을 발견하게 됐다. 이는 NI를 활용한 혁신적인 사례로 생체모방기술의 효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 연구진과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들이 소금쟁이가 물 위를 박차고 오르는 도약의 원리를 밝혀 내고 여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초경량 로봇을 개발했다. 소금쟁이가 물에 가라앉지 않는 것은 다리에 있는 미세한 나노 털과 물의 표면장력 사이에서 일어나는 공기방울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루이스앤드클라크대 등 4개 대학이 밝힌 도마뱀이 물 위를 걷는 원리와 같으며, 이를 응용해 도마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한다. 생체 로봇은 향후 강·하천·바다에 들어가 특수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도 보인다.
우리는 가시광선의 무지개 색을 본다. 그러나 뱀은 인간이 볼 수 없는 적외선의 붉은 영역을, 꿀벌은 극자외선을 본다. 영국의 엑스터 대학은 동물·식물·어류·곤충이 인간과 달리 사물을 어떻게 보는지 일명 ‘자연의 눈’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교육용과 연구용으로도 그 활용도가 높겠지만 인간이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부분도 있다. 영국 배스대학은 솔방울의 지능을 응용해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변화하는 스마트 옷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협회는 여러 번 날갯짓해도 손상되지 않는 잠자리 날개의 고무 단백질의 지능을 밝혀 이와 똑같은 인공 레실린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버클리대학은 잠자리의 360도 회전하는 모자이크 겹눈의 지능을 이용해 360도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광학 카메라 렌즈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벽과 천정을 기어 다니는 도마뱀 발바닥의 접착제, 물속에서나 육지에서도 변함없이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하는 홍합, 여기에 꿈의 섬유로 불리는 거미의 거미줄을 융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성공한다면 영화 ‘스파이더맨’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전 세계가 생체모방기술이라는 새로운 분야 개척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생체모방기술에 도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 경영연구소장·연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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