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큰 '상인(商人)'(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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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8. 6)
[조우성의 미추홀] 큰 '상인(商人)'
<1451>
'재화의 유통에 종사하는 사람'을 '상인'이라 한다. 그 역사는 멀리 중국 주나라에서부터 시작됐다. "주나라에 의해 나라를 잃은 상나라 백성들은 살아가기 위해 거리에 나가 날품팔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상나라 유민들을 일러 '행상'이라 했다.
▶더불어 물건을 사고팔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상나라 사람인 까닭에 '상인'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세상의 모든 지식'·김흥식 지음·서해문집) 오늘날 한중일이 모두 한자어 '상인'을 통용하고 있는 것은 그런 역사적 배경에서 유래됐다.
▶사마천도 '사기'에서 '상인' 이야기를 했다. 그는 월나라 왕 구천(句踐)을 받들었던 범려를 '역사에 나오는 최초의 대상인'으로 꼽았다. 범려는 관직에서 물러난 후, 당시 합법이었던 매점매석으로 큰 부를 쥐었는데 대부분을 이웃에게 썼다.
▶범려는 "세 번에 걸쳐 만금의 재산을 모았는데 세 번 모두 이웃에게 돌려주었다.(같은 책)"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도 매점매석해 큰돈을 얻고, 무인도에서 3년간 농사를 지어 일본 나가사키에 쌀을 팔아 백만금을 번다. 허생 역시 그 돈으로 가난한 자를 구제한다.
▶장자(長者), 곧 '부자다운 부자'의 공통점은 어려운 이웃을 보살폈다는 점이다. 졸부(猝富)들은 당대에 번 돈을 자식에게 물려주기에 온 힘을 쏟는다. 그 2세들은 대개 불로소득의 영화를 누리며, 돈 부풀리기에만 골몰해 사회적인 비난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큰 상인'인 '재벌'들이 빌게이츠나 퍼빗 등과는 달리 아직 '졸부' 차원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국가·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고, 그 딸들이 갑질을 하며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빵집, 커피점, 면세점 열기에 경쟁하고 있는 꼴은 목불인견에 가깝다.
▶이번에는 롯데가 소위 '형제의 난'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언론들이 그 3류 졸부들의 이야기를 연일 대서특필하는 것도 보기에 지겹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큰 상인'이 가물에 콩나듯 드물다.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8월 0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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