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휴가(休暇)(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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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8.12)
[조우성의 미추홀] 휴가(休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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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외에도 내게는 부활절에 하루, 성탄절에 하루가 있었고, 여름에는 '허트 포트셔'의 고향 산천에 가서 바람을 쏘일 수 있는 일주일의 휴가가 있었다. 이 일주일은 크나큰 기쁨이었다."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이 쓴 '정년 퇴직자'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그는 곧 "이 휴가가 다시 돌아온다는 기대가 있었기에 한 해를 지탱할 수 있었고, 구속된 생활을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막상 그 일주일이 다가왔을 때 멀리서 반짝이던 화려한 영상을 계속 지닐 수 있었던가?"고 자문하고 있다.
▶ "기쁨을 좇기에 안절부절 했던 일주일은 불안한 나날이요, 그날을 최대로 즐겁게 하는 방도를 찾아보려는 따분한 걱정의 연속이 아니었던가? 어디에 내가 기대했던 휴식이 있었던가? 그것은 내가 맛보기도 전에 사라졌고, 나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그리고 "똑같은 짧은 휴가가 있기에 끼여 있기 마련인 51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그 휴가가 돌아온다는 기대는 유폐된 어두운 생활에 무언가 밝은 빛을 던져 주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나는 내 노역에서 배겨내지를 못했을 것이다."
▶인용이 길었는데, 필자에게도 휴가는 늘 그랬다. 인천을 막 떠나 왔지만, 금년 여름휴가도 결국은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갈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고 보면 '휴가'의 진정한 의미는 오히려 '기다림' 속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푸른/섬 하나/두고//돌아왔다/덕적도 머언 밭지름/솔바람 소리//잊었다가/귀 선뜻해 문득/문득 잠을 깨며는//수천 광년/달려온 별들이/머리에 가슴에 맑게 깃든다//나는 더 가질 게 없다/나는 더 슬플 게 없다/나는 더 말할 게 없다//그 여름 두고 온/덕적도 머언/밭지름//푸른/섬 하나/솔바람 소리//(졸작 '그 여름' 전문)/30대 초반에 쓴 졸시(拙詩)이다. 그 후 덕적도엔 가 본 일이 없다. 사실 이런저런 일만 했던 나날이었다. 아직 거기 젊은 날의 섬이 있을 것인가? 한번은 다녀오고 싶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8월 1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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