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동상(銅像), 파괴와 이전(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5. 8.14)
[조우성의 미추홀] 동상(銅像), 파괴와 이전
2015년 08월 14일 금요일
세계 최다 동상 보유국은 북한이다. 전국 각지에 대략 2만여 기의 크고 작은 김일성 동상이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동상 제작사(製作史)에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 인천 출신의 조각가 조규봉에 의해 상당수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조선력대미술가편람'에 실린 '조규봉'의 항목이 한 페이지에 달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그를 주요 인물로 다루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야 어떻든 '세기의 독재자'를 세운 그는 조각가로선 드물게 '사후의 행운(?)'을 누리고 있다.
▶고금동서의 격변하는 정치사 속에서 자신이 만든 수백여 기의 동상을 온전히 후세에 전한 이가 그 말고 세계에 또 있을까 싶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동상은 정치적 변동기에 파괴 대상 제1호가 돼 왔다. '헝가리의 자유 투쟁'이란 책에도 그렇게 써 있다.
▶1956년 10월 23일부터 13일간에 걸쳐 일어난 민족 자립과 자유화를 위한 대규모 반소(反蘇) 운동의 첫날, 부다페스트 시민들은 스탈린 동상을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그들은 길가에 나뒹구는 사람 몸집의 서너 배 되는 스탈린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레닌 동상도 마찬가지 처지였다. 얼마 후 서울 파고다공원에서는 4·19 당시 군중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을 쓰러뜨렸고, 그 뒤 인하대에서도 설립자를 지상으로 끌어내렸다. 또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맥아더 동상을 인천상륙작전기념관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현재 인천대공원에 있는 백범 동상을 옮겨 오자는 의견도 있다. 그 동상들로 하여 무엇이 얼마나 불편했던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잊혀질 만하면 나오는 것이 동상 이전안이다.
▶그러나 하나의 동상은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때, 그곳에, 그 인물을 기렸던 것은 후세 사람들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선대들이 써 놓고 간 시대사인 것이다. 백범도 역사요, 맥아더도 역사다.
/인천시립박물관장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