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시·소설의 실종(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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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8.20)
[조우성의 미추홀] 시·소설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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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잡지 '문예춘추'가 제153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마타요시 나오키의 '불꽃'과 하다 케이스케 씨의 '스크랩 앤드 빌드'를 게재한 9월 특별호를 13만 부 증쇄해 누계 발행 부수가 잡지 역대 2위인 105만 3000부에 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발매 전부터 문의가 쇄도해 지난 9일 일찌감치 품절이 되는 서점이 속출했다고 한다. 이 잡지의 최고 부수는 와타야 리사 씨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게재한 2004년 3월호로 118만5천 부였고, 단행본으로 나온 '불꽃'도 벌써 229만 부가 팔렸다는 소식이다.
▶문예춘추가 소설 왕국 일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인데, 그를 방증이라도 하듯 '요미우리신문'의 인터넷 판 '프레미엄'은 기존의 연재소설 6편에 더하여 앞으로 '반상(盤上)의 해바라기' 등 3편을 더 싣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반면에 문화일보를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신문들은 '소설'을 안 싣기 시작한 지가 이미 오래다. 적자에 허덕이는 판에 천문학적인 원고료가 부담스러운 것도 원인이었겠지만, 독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을 역량 있는 작가군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문제이다.
▶거기다가 일부 유명 출판사의 권력화에 따른 횡포와 신경숙의 표절 사건 등이 문단의 위상 추락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국내 최장수 대표 문학지로 일컬어지는 모 지의 발행 부수가 기껏 3000여 부라는 사실은 우리 문단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하겠다.
▶외국 작가들의 국내 독서계 부상과는 판이한 현상이다. 신문들도 슬그머니 시작한 시(詩) 게재에만 열중한다. 신문을 보면, 마치 시의 전성시대가 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와 딴판이다. 유명 시인도 시집 초판 3천 부 팔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게 현실이다.
▶오늘 우리사회엔 시·소설 말고도 시청각으로 치장한 읽을거리, 들을거리가 지천으로 널렸다. 전철 안의 승객 태반이 모바일 폰에 푹 빠져 있는 진풍경을 생각해 보자. 모바일 환경에서 살아남을 문학적 콘텐즈 개발이 시급하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8월 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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