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개항장과 중국/홍콩에서 배울 중국과의 교류(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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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7.14)
홍콩에서 배울 중국과의 교류
/삼국지 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에 한국행 발길을 끊은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을 다시 불러 오기 위해 국내 항공업계·관광업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이 발 벗고 나섰다는 소식입니다.
그야말로 ‘돌아와요 유커’ 합창이라는 얘긴데요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알려진 바로 중국 전지역의 여행사 사장단, 언론인, 파워블로거를 초청하여 내일부터 나흘간 방한 행사를 갖는데 청와대를 비롯해 서울의 주요관광지를 둘러보고, 한강유람선도 타고 문화행사도 즐기며, 유커들이 많이 찾는 명동에서는 주요 상점가를 돌아보는 ‘명동걷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참가해 그들에게 안전한 서울을 자랑할 작정이라 합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경기관광공사도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해외여행 모바일업체인 환구만유(環球漫遊)와 함께 중국내 30개 공항소재 여행사 부스에서 관광할인 쿠폰북을 배포하고 여행사 애플리케이션에 경기도내 관광지 입장권과 할인쿠폰을 게재하여 온·오프라인 관광혜택을 줄 거라고 합니다.
다음 달부터는 경기도 자매결연 도시인 중국 산동성과 광동성의 국제관광박람회에 참가해서 관광교류 활성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민·관은 물론 공사까지 나서서 유커 유치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일은 메르스 사태가 없었더라도 항시 펼쳤어야 할 일이 아니었을까요. 이런 점에서 중국과의 여행이나 경제교류에 있어 홍콩의 경우는 좋은 타산지석(他山之石)입니다.
2000년대 초 홍콩은 부동산 가격폭락으로 경제가 비틀거렸습니다. 이때 중국대륙과의 자유 여행길을 넓혀 활로를 뚫습니다.
긴밀경제협력협정(CEPA)을 체결하여 연간 홍콩을 여행하는 중국인 수효를 약 4천만 명으로 늘어나게 한 것이지요.
이들 여행객은 홍콩의 주요쇼핑센터를 돌며 싹쓸이 쇼핑을 했고 홍콩 경제는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는 벌써 12년 전의 일입니다.
유명한 쇼핑센터는 물론이고 홍콩의 숙박관광업계는 시쳇말로 노가 난 것이지요. 이것만이 아닙니다. 7년전 홍콩은 포도주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습니다. 그 결과 관세철폐 2년 후에 포도주경매액에서 그 이전까지 세계 최고를 달리던 미국의 뉴욕을 앞지릅니다. 아시아 최고의 포도주 중심지(wine-hub)로 우뚝 서는 것입니다.
사실 홍콩에는 포도밭이 없습니다. 당연히 포도가 나오지 않으니 포도주가 생산될 리 없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유명 포도주 생산업자를 비롯해 칠레나 호주 등 세계 유수의 와인업체는 직원을 홍콩으로 보내 구매상을 만납니다. 한국의 포도주 유통업체들 역시 포도주를 사기 위해 홍콩으로 몰려갑니다.
이 배경에는 홍콩의 와인펀드에 돈줄을 댄 중국의 거부(巨富)들도 있지만 포도주를 문화상품으로 인식한 당국의 안목이 있었습니다. 포도주는 단순한 술이 아닙니다.
품질을 가릴 줄 알아야 하고 생산지정보와 역사까지 알아야지요. 돈만 있다고 와인허브가 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홍콩의 변화와 발전 과정에 중국의 전통적인 정책으로 세계 각국의 화교를 챙기는 일면이 작용한 것은 당연합니다.
원래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해외로 나가면 한 곳에 모여 살며 상권을 형성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요. 그래서 지구상의 어지간한 도시에는 차이나타운이 있습니다.
인천 북성동 일원의 차이나타운이 생성된 이유나 형성되는 과정 역시 다른 도시의 그것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뿐 비슷합니다. 타국에서 모인 화교들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끈끈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이죠. 마치 대나무가 서로 뿌리를 얽어가면서 성장하듯이 해외에서 화교사회를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중국의 지도자들은 해외순방길에 오르면 꼭 차이나타운에 들러 ‘고국이 여러분 곁에 있음을 잊지 마시라’고 호소합니다. 이런 모습이 해당국가에서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만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됩니다.
우리의 경우도 그렇습니다만 단 하나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연결 고리로 하는 중국과의 더 과감하고 큰 틀에서의 협력과 교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노력이 미흡했고, 북성동의 화교들을 통크게 활용하는 정책적 배려 역시 빈약했음은 분명합니다.
2015년 07월 14일 (화) 지면보기 | 11면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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