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실버극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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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조우성의 미추홀] '실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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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영화가 있다. 코헨 형제가 만든 범죄 영화다. 사냥꾼 모스와 킬러 쉬거, 보안관 벨이 등장한다. 모스가 달아난 영양을 쫓다가 마약 거래 현장에서 시체와 20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우연찮게 발견하고 되레 쫓기는 사냥감이 된다는 얘기이다.
▶총기의 나라 미국은 쫓거나 쫓기는 사람만 있을 뿐이고, 그 어느 부류에도 속하지 못한 채 사는 이들이 '노인'인데, 미국은 그들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는 듯싶다. 난무하는 살인 속에 내재된 작의(作意)를 먼저 읽어준 비평가가 없었다면 불편하게만 보았을 영화였다.
▶코헨 형제의 영화에 대한 해석이야 어떻든, 인천에는 '노인을 위한 극장'이 있다. 쫓고 쫓기는 가열한 삶의 현장에서 은퇴한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개관 당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본보는 이 실버 극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노인을 위해 문을 열었지만, 정작 다수의 노인들이 이 극장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간 어떤 영화들을 상영했는가 찾아봤더니 모두 '흘러간 영화'였다. 예를 들어 '아가씨와 건달들', '셰인', '대장 브리바', '흑기사' 같은 국산 영화들이었다.
▶이를 보면서 '노인'이라고 해서 옛 영화만 보며 '과거' 속에 멈춰 서서 여생을 반추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었다. 과거지향적인 정체(停滯)가 '노인의 삶'일 수는 없다. 또 '55세 이상'을 '노인'이라 한 것도 현실적으로 공감되지 않는 대목이었다.
▶이는 애관극장과 여러 CGV, 롯데 시네마 등 개봉관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일반 관람료의 반값인 4000원을 받는 것과도 비교가 된다. 실버극장 측은 그보다 관람료가 2000원이 싸 많은 노인이 호응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염가 아이디어'는 현실적인 안이 아니었다.
▶여기서 운영의 전환을 생각해 보게 된다. 기왕 '노인을 위한 극장'을 열 거면, 과감하게 지원해 노인들이 현실을 호흡하고, 가족과 화제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신 영화를 보게 할 방안은 없는 것일까? 노인들을 비생산적인 회고의 공간 속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7월 1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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