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보존 서고(保存 書庫)(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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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7.23)
[조우성의 미추홀] 보존 서고(保存 書庫)
다음은, 고 오종원 전 인천일보 초대 편집국장이 들려주신 에피소드이다. 당시 인천상공회의소 조사부장이었던 오 부장님은 인천상의90년사를 펴내는 데 온 힘을 쏟았으나 사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국내의 국·공립 도서관을 몽땅 뒤졌으나 별로 성과가 없었다.
▶책이 온전하게 남아나지 못할 시대적 상황이 우리 근현대사에 계속됐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 있는 옛 상공 관계 서적과 자료는 그런 연유로 희귀본 중의 희귀본이 되었고, 그나마 국립중앙도서관과 규장각 등에 일부 도서가 소장돼 있던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 무렵, 필자가 찾아낸 '상계월보(商界月報)'는 인천조선인상업회의소가 펴낸 국내 최초의 국문판 경제 월간지여서 '상의90년사'를 편찬하는 데 단연 최고의 사료로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오종원 부장님은 필자에게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 주셨다.
▶하지만 필수 사료의 하나인 '인천부세일람'의 결본은 입수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일본 동경상업회의소의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때 동경 상의 도서관의 사서는 "이 책은 본 도서관이 소장한 이래 귀하가 최초로 대출하는 것입니다. 본 도서관은 귀하께 대출하기 위해 이 책을 72년 동안 보관해 온 것이니, 부디 소중하게 다루어 주시기를 앙망합니다."는 감격적인 글과 함께 책을 보내왔다고 한다.
▶필자는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을 이처럼 명쾌하게 표현한 말을 아직 듣지 못했다. 그런 곳이 도서관 아니던가? 누군가, 단 한 사람을 위해, 오래도록 묵묵히 책을 지키는 사회적 두뇌가 도서관인 것이다. 그러나 인천의 사정은 퍽 다르다.
▶서고가 부족하다며 오래된 책과 다른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같은 책을 소위 '복본(複本)'이라 해서 가차 없이 폐기 처분한다. 이런 비문화적인 '폐서 행위'가 도서관의 관례가 된 지도 이미 오래이다.
▶아무리 돈이 없기로서니,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의 종합 보존 서고는 시급히 설치할 필요가 있다. '김찬삼 세계여행기' 전집이 오직 인하대 도서관 지하 서고에 1질만 있다는 것은 인천 도서관 문화의 서글픈 현실이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7월 2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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