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표절(剽竊)(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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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6.23)
[조우성의 미추홀] 표절(剽竊)
자연의 순리는 엄정하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든다. 이에는 예외가 없다. 세상의 온갖 생명 현상이 그렇다. 그럼에도 사람은 욕심을 낸다. 제가 남보다 많이 지니고 있다고 믿는 재능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터인데도 화수분처럼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이고 싶어 안달이다.
▶그것이 가능할까? 물론 그럴 수 없다. 그런 척 해 봐야 한창 잘 나가던 때의 재탕이거나 상상력의 고갈을 천하에 드러낼 뿐이다. 다만 기교는 늘어서 그 허상의 일부를 감추지만, 세상을 다 속일 수는 없다. 그래서 대개는 명성과 침묵하는 우군 평론가에게 기대어 산다.
▶고금의 문화예술사가 말해 주듯, 꽃을 피우는 능력은 늙은 자의 것이 아니다. 꽃을 피우지 못하니, 열매도 맺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제 세월이 간 것을 부정하니 탈이다. 육신은 휘어졌지만, 그나마 세상을 조감할 수 있음을 복으로 여기지 않으니 추한 노욕(老慾)만 남는다.
▶문제는 젊은 나이의 문인, 화가, 작곡가들에게도 어느날 상상의 샘이 말라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때 그들은 제 이름을 유지하기 위해 과감히 '베끼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생리화 되어 있는 표절 심리가 작용된다. 도제식 예술인 배출과정이 그를 조장하는 면도 없지 않다.
▶모 대가 시인의 경우, 평생 추천·당선시킨 시인이 줄잡아 300여명은 되는데, 대개가 아류(亞流)였다는 것이 훗날 문단의 평가였다. 화단도 아류 생산에 여념이 없다. 또 특정 잡지나 단체를 거점 삼아 '문화권력'이 되어 갖가지 나눠먹기를 해 왔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얼마나 많은 시인·소설가·평론가들이 그에 줄을 대려고 애를 쓰고, 그 인맥에서 탈락될까 두려워 그들에게 복속해 왔는지를 종사자들은 안다. 신문 방송만 모를 뿐, 문화예술계가 다른 업계와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지가 이미 오래이다.
▶한 유명 소설가가 표절했다고 해서 설왕설래 중이다. 그의 또다른 작품도 수년 전 표절 의혹을 받았다고 한다. 상상의 샘이 말랐다면, 낙타를 타고 조용히 중년의 사막을 건너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써지지 않는 글에 목을 매는 것도 인생 낭비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6월 2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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