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기문(70회) 특별기고/상고법원, 도입해야 하는가?(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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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5. 6. 2)
상고법원, 도입해야 하는가?
/이기문 변호사
▲ 이기문 변호사
대법원은 2014년 6월 상고법원 도입 방안을 공식화했었다. 그리고 지루한 논쟁을 계속해 왔다.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도입하자는 취지는 이렇다.
대법원이 맡고 있는 상고심(3심) 사건 중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사건을 별도 법원인 상고법원으로 하여금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상고법원이 설치되면 일반 사건은 상고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건은 대법원이 맡아 심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상고법원 사건과 대법원 사건을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사건”과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하는 사건”의 구별이다.
각개의 사건의 경우 해당 국민들은 각자에게는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서 자신의 재산과 노력, 그리고 모든 정열을 기울여 승소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런데 다른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사건으로 구별되는 순간 상고법원의 심리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상고법원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때, 그리고 항소심과 그 결론을 달리할 때 해당 국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하다. 상고심 개혁의 근본적인 방안은 상고허가제(상고)를 할 수 있는 사건인지를 대법원이 판단하는 것이지만, “지금으로선 상고법원(上告法院) 설치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이를 찬성하는 측이 있고, 반대로 “대신 대법관 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상고법원은 국민의 법 감정에 역행하는 제도”라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반대하는 측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법원이 내세운 논리는 이렇다. “연간 상고 사건이 3만7천 건을 넘겨 대법관 1명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3천여 건에 달하는 반면,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처리한 사건은 20여 건에 불과하다.
상고심 재판 지연으로 국민이 시간·비용 측면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만큼 상고법원을 설치해 상고심 체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결국 대법원이 내세운 논리는 대법관 1인의 업무가 막중하게 크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상고법원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 일간지가 조사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국민의 63.7%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고법원의 설치에 반대하는 견해는 25.8%였고, 무응답이 10.5%였다.
여론조사의 표본 선정이 올바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실제로 여론조사의 대상이 된 국민들이 상고법원의 실체를 과연 이해하고 여론조사에 응답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의문의 진원은 진보성향의 국민이,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그리고 자영업자 등의 다수가 상고법원의 설치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한마디로 대법원의 상고법원 설치 논리는 대법원의 위상 강화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만 대법원이 관여한다는 입장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대법원 산하에 상고법원이 설치됨으로 인해 하급심 법관들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산하법원이 하나 더 추가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상고법원의 결과에 대해 불복하는 경우 ‘특별상고’제도를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결국은 지금의 3심제의 근간을 흔드는 4심제를 도입하는 결론에 이른다.
국민의 비용 부담이 그만큼 증가되게 된다. 그리고 이 경우 특별상고를 하기 위해서는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를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결국 전관예우의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게 된다.
국민은 지금보다 더 신속한 재판, 편리한 재판, 비용을 들이지 않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저비용 고효율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상고법원 설치의 대안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대법관의 증원이 훨씬 세금을 덜 쓰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2015년 06월 0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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