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태극기(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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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7. 1)
[조우성의 미추홀] 태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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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이 10년째 세계 1등 공항으로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것은 5천만 국민이 다 아는 경사이다. 인천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긍지로서 우뚝 선 것이다. 그러나 공항을 알리려는 홍보사업은 줄곧 2%가 미진해 보였다. 개항 초부터 기대에 못 미쳤다.
▶'서울 인천국제공항'이란 명칭도 그랬고, 상징 조형물도 탐탁치 않았다. 공항 초입에 세운 조형물은 질감이 파충류의 표피 같아 이질적인 데다가 속을 드러낸 형태도 어설펐다. 특히 전체 형상이 포유류의 성기와 음낭을 연상시킨다고 해 인터넷에 오르내리는 등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오가는 이들에게 미적인 쾌감보다는 불쾌감을 주었던 것이다. 굳이 작가의 의도를 읽어 준다면, 기다란 유선형 몸체는 하늘로 비상하는 항공기요, 그 아래의 타원형은 지구라 하겠는데, 그렇게 본다면 작가의 상상력이 행방불명된 졸작이 되고 만다.
▶그 다음에 세우려고 했던 조형물은 여론의 화살을 맞고 불발됐다.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는 모르지만, 공항의 상징물로 내세운 것이 '뫼비우스의 띠'였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에서 수학 교사가 칠판에 썼던 안팎이 없는 바로 그 기호(記號)였다.
▶"내부와 외부를 경계 지을 수 없는 입체, 즉 뫼비우스의 입체를 상상해 보라."고 소설 속에서 교사는 말하지만, "우주는 무한하고 끝이 없어 내부와 외부를 구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데 동의하는 순간, 뫼비우스의 띠는 공항의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게 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들이 뫼비우스의 띠가 가리키는 대로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없는 공간을 끝없이 순항(?)하게 돼, 결국에는 지상의 어느 공항에도 도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라면, 그처럼 불행한 비행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런 곡절 끝에 이번에 인천국제공항 측이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높다랗게 세웠다. 환송 차 공항에 갔던 이들이 그를 보고 반겨했다. "감격스럽다"는 것이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는 어릴 적의 감동이 되새겨졌다. 기왕이면, 공항 명칭도 사리에 맞게 개선했으면 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7월 0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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