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차 소리 없는 전기차(電氣車)(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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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5. 8)
[조우성의 미추홀] 차 소리 없는 전기차(電氣車)
장자(莊子)에 '대변불언(大辯不言)'이란 말이 있다. "참된 변론은 말로 하지 못한다." 곧 진정한 웅변가는 말을 하지 않고도, 자기의 의지를 전달한다는 뜻이다. 이런 유의 언어관을 쫓은 만고의 진리 같은 격언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게 있다. 무언의 미학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말없이는 살 수 없는 법. 다만 세 치의 혀가 화근이 됨을 경계하자는 말이 아니었던가 싶다. "혀는 머리가 모르는 것을 많이 지껄인다."는 러시아 속담이나, "혀가 하나이고, 눈이 둘인 것은 지껄이는 것보다 두 배로 관찰하기 위함"이라고 말한 C. 콜튼도 참고할 만하다.
▶그렇다고 말없이 살자는 건 아니었다. 공자도 많은 말을 했다. 다만 "불언괴력난신(不言怪力亂神)"했다. "괴상한 것, 폭력에 관한 것, 난리에 관한 것, 귀신에 관한 것 등은 입에 담거나 설명하지 않고, 언제나 당연한 것만을 말했다"(모로하시 데쓰지 지음, 중국고전 명언사전)
▶그럼에도 우리 사회엔 말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다. 어쭙잖은 처세술 책들이 가르친 바를 생의 철학으로 삼았는지는 모르나, 어느 경우에도 제 의사를 밝히지 않고 눈만 껌벅 껌벅이면서 남의 말만을 듣는다. 제 소리가 없다. 마치 생체 흡음기와 같은 몰개성들이다.
▶그 같은 처세는 곧 모든 소리를 다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인간적 오만과도 통하고, 언제 어느 곳에서나 서 있을 수 있다는 기회주의적 처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혀가 있음에도 제 소리를 결코 내지 않는다는 것은 제 존재의 유령화를 제가 자초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소리가 없는 것들은 무섭다. 언제, 어디서 다가오는지, 멋모르고 풀섶을 거닐고 있는 이들의 발목에 왜 치명적인 독을 주입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차라리 소란스럽게 소리치며 내 갈 길을 가고 있으니 비키라는 방울뱀들은 무섭지 않다. 제소리를 내지 않는 것들이 겁나는 존재다.
▶최근, 최신형 '전기차(電氣車)'에도 "고유의 차 소리가 없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엔 산하기구에서 "보행자에게 위험하니 소음 장치를 달자"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만물은 다 제 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정체라도 알 수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5월 08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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