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부정행위(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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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5. 5.14)
조우성의 미추홀 [부정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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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과거를 볼 때 응시자들은 시험지, 붓, 먹 등을 본인이 가져갔다. 시험지 윗부분이나 끝부분에는 자신의 이름, 나이, 4대조의 인적사항 등을 다섯줄로 적어 시험이 있기 열흘 전에 접수했다. 관원은 기록사항을 검토한 뒤 그에 '근봉(槿封)'이란 도장을 찍어 돌려주었다.
▶응시 후엔 이름을 알아볼 수 없게 하기 위해 그 위에 종이를 붙여 가리는 호명법(糊名法)을 쓰거나, 채점자들이 응시자가 누구인지를 알수 없도록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말아 올려 상·중·하 세 곳을 세로로 구멍을 뚫어 끈으로 묶는 세칭 봉미법(封彌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고문서학회가 펴낸 '조선시대 생활사(역사비평사 간행)'에 소개돼 있는 채점 부정 방지책의 하나이다. 이밖에도 시험 당일 문 밖에서는 응시자의 옷과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고, 간혹 과장에 책을 갖고 들어가는 자는 금란관(禁亂官)에게 넘겨서 벌을 받게 하였다.
▶시험장 밖에서 부정행위를 위한 소지품을 지참했다가 적발되면 3년간, 안에서 적발되면 6년 동안이나 시험 볼 자격을 박탈하는 등 강경책을 썼다. 응시자들이 입장한 후에는 문을 걸어 잠그고, 답안지를 넘겨다보지 못하도록 응시자를 6자 간격으로 띄어 앉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가 그치지 않았는데,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예상 답안지를 미리 만들어 붓 뚜껑 속에 넣어 가거나 옷 속에다 써 가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합격자의 이름 바꿔치기, 대리 응시, 채점관 매수 등 극단적인 예도 있었다.
▶그것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여 디지털화, 무선화된 것이 다르다면 달랐지, 부정행위의 수법은 고전과 현대가 상통해 있었다. 문제는 부정행위가 초중고에서부터 대학에까지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 하버드대와 서울대도 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경계하고 삼가는" <중용(中庸)> 속의 '군자(君子)'가 아니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게 학생 아닌가? 응분의 벌이야 없을 수 없지만, 예방책 강구가 더 인간적인 교육 방향이라 여겨진다.
/인천시립박물관장
2015년 05월 14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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